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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재차 거부하는데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오해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A씨는 피해자의 졸업식에 화환 여러 개를 보내고 졸업식장 주변에 현수막을 걸은 혐의로 입건됐다. 딴에는 축하라고 생각했지만, 내용은 공포스러웠다. 피해자와 결혼할 상대방의 사진을 현수막에 프린트해서 ‘응원한다’고 돼 있었다.
수십 차례에 걸친 일방적인 꽃배달과 구애 편지 보내기가 이런 오해에서 비롯하는 흔한 스토킹이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 시선도 마찬가지다. 장소가 피해자의 집이든 어디든 상관없다. 스토킹 처벌법은 ‘직장에서 지켜보는 행위’도 스토킹에 해당한다고 본다. 여기서 가해자가 의도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피해자 입장에서 의사에 반하면 스토킹이다.
피해자 불안과 공포는 주관적인 영역이라 정확히 측정하기는 불가능하다. 다만, 늘 인정받기란 어렵다. 예컨대 극단적으로 남성을 기피하는 여성이 데이트 신청을 받고서 불안을 호소한 사례다. 법학계에서는 이를 스토킹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개인이 받은 불안은 극심하지만, 일반인이 보기에는 과도하기 때문이다.
인천지법이 올해 4월 연락을 받지 않는 여성을 열흘 넘게 찾아가 기다리고 한 달여 동안 60차례 넘게 전화를 건 남성의 스토킹 행위를 유죄로 인정한 게 사례다.
스토킹 범죄는 이성 간에만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특기할 사안이다. 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게’를 요건으로 두지 그 상대방의 성별을 정하지는 않는다. 대구지법은 올해 5월 B씨가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 대표(남성)와 동료(여성)를 스토킹한 혐의로 유죄를 인정했다. 이들을 상대로 금전 사기를 치는 과정에서 많게는 100회 가까이 메시지를 보낸 게 근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