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에 '결투' 신청한 머스크, 러시아산 알루미늄은 구매

테슬라 독일 공장, 러 기업 루살서 알루미늄 구입
미국, 러 기업 제재 시 루살은 포함 안 돼
"세계 주요 자동차 브랜드 10곳, 러시아 기업과 거래"
알루미늄 올해 24%↑…"테슬라 원자재 비용 부담 느껴"
  • 등록 2022-03-15 오후 1:45:23

    수정 2022-03-15 오후 1:45:23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우크라이나에 인터넷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블로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결투’를 신청하는 등 전쟁 반대 의사를 적극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사업적으로는 러시아와 관계를 맺어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14일(현지시간) CNBC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테슬라는 러시아의 올리가르히(신흥재벌)인 올레그 데리파스카가 설립한 루살에서 그간 수백만 유로에 달하는 알루미늄을 구매했다. 알루미늄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 중 하나이며 전기차 경량화 소재로도 쓰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은 러시아 은행과 기업에 제재를 가했으나 루살엔 특별한 조치를 하진 않았다고 CNBC는 전했다.

루살은 미국 재무부로부터 ‘악의적 행동’을 명분으로 제재를 받은 바 있으나, 2019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를 풀어줬다. 테슬라는 2020년부터 루살의 알루미늄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기업 리스크 조사기업인 인테로스는 테슬라 외 세계 주요 자동차 브랜드 10곳에서도 적어도 러시아 공급업체 1곳과는 관계를 맺고 있다고 전했다. 테슬라만 러시아 공급 업체와 거래하고 있는 건 아닌 셈이다.

알루미늄은 전기차를 더 가볍게 만들기 위해 쓰이는 재료로, 테슬라의 모델 Y 차체 등에 쓰인다. 루살 알루미늄은 미국에서 제조되는 테슬라 자동차엔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또 다른 금속기업인 하이드로우로부터도 알루미늄을 구매하고 있다. 하이드로우는 생산하는 전체 알루미늄 중 3분의 2를 재생 에너지를 사용해 만든다고 스스로 소개하고 있다.

CBNC는 테슬라가 러시아산 알루미늄을 구매한 이유로 원자재 가격 급등을 들었다. 알루미늄 가격 급등으로 인한 비용 증가를 상쇄하기 위해 도덕적 기준을 잠시 낮췄다는 것이다. 머스크 CEO는 지난 13일 테슬라가 원자재 비용 상승 탓에 상당한 비용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올 초 이후 이날까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알루미늄 선물은 약 24% 상승했다.

한편 머스크 CEO는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에 자신의 회사 스페이스X의 우주인터넷 시스템인 시타링크에 접속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날 트위터엔 “푸틴에게 일대일 결투를 신청한다”고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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