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우리나라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전체 근로자의 27%는 AI에 의해 대체되거나 소득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직업군별로 보면 통신 관련 판매직, 비서 및 사무 보조원 등의 사무직 관련 일자리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 사진=챗GP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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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한국은행 조사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함께 조사·분석해 발간한 ‘BOK이슈노트: AI와 한국경제’에 따르면 AI 도입은 한국경제의 생산성을 1.1%~3.2%, GDP를 4.2%~12.6% 높일 수 있는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령화와 노동공급 감소로 인한 성장 둔화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이다.
AI 도입이 없다면 노동공급 감소로 인해 2023~2050년 동안 한국의 GDP는 16.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나,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의 경우, AI 도입은 이러한 감소 폭을 5.9%로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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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에서는 AI의 노동시장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직업별 ‘AI 노출도’와 ‘AI 보완도’가 활용됐다. AI 노출도는 특정 직업이 AI에 의해 어느 정도 대체 가능한지를 나타내고, AI 보완도는 AI로 인한 직업 대체 위험으로부터 보호받는 정도를 나타낸다.
국내 근로자 중 절반 이상인 51%가 AI 도입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전체 근로자의 24%가 AI로 인해 생산성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높은 노출도, 높은 보완도’ 그룹에 속하며, 27%가 AI에 의해 대체되거나 소득이 감소할 가능성이 큰 ‘높은 노출도, 낮은 보완도’ 그룹이다.
 | 자료=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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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결정의 중대성 등을 고려할 때 특정 직무는 우리 사회가 AI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고 인간의 감독하에 둘 가능성이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 예를 들어 판사, 외과의사 등의 직무는 설사 AI 노출도가 높더라도 인간이 수행할 가능성이 큰 반면 통신 관련 판매직, 비서 및 사무 보조원 등의 사무직 관련 일자리는 업무가 대체될 가능성이 있는 직군으로 꼽혔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 팀장은 “‘높은 노출도, 낮은 보완도’ 직업은 AI가 업무를 대체할 가능성이 크며, 이로 인해 낮은 임금, 실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반면 ‘높은 노출도, 높은 보완도’ 직업은 AI를 통해 생산성 향상과 임금 상승의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성, 청년층, 고학력·고소득층일수록 AI 노출도와 보완도가 함께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해당 계층에게 AI는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 자료=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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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AI와 기업 생산성 측면에서 보면 기업의 생산성이 높을수록 AI 도입 비중은 일반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증대 효과(회귀분석)는 모든 기업에 보편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대기업과 업력이 긴 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 팀장은 “이는 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AI 도입 이후 더욱 심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의 AI 준비 지수는 165개국 중 15위이며,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편이다. 부문별로 보면 ‘혁신 및 경제통합(3위)’, ‘규제 및 윤리(18위)’, ‘디지털 인프라(18위)’에서 상대적으로 우수하나 ‘인적자본 활용과 노동시장 정책(24위)’ 측면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크다고 판단됐다.
오 팀장은 “한국은 선진국 대비 우수한 디지털 인프라와 혁신 역량을 보유해 AI 도입에 대한 준비가 잘 돼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면서도 “교육 및 재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