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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만난 메이저 증권사 임원이 바이오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들의 투자성향을 묻자 들려준 답변이다. 그렇다면 바이오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들이 안정적인 장기 투자 대신 위험성이 큰 초단기 투자에 몰리는 이유는 뭘까.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정확하게 그 답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지금은 우량주 장기 투자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물적 분할이라느니, 인수합병이니 이런 것을 해 가지고 내가 가진 주식이 분명히 알맹이 통통한 우량주였는데 갑자기 껍데기가 된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쪼개기·중복상장이 장기투자를 가로막는 주범이라고 지목한 것이다. 쪼개기·중복상장이 가장 만연해 있는 업종이 바로 바이오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연구개발하는 신약 파이프라인을 여러 개로 나눠 상장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
회사 쪼개기가 일상으로 자리잡다보니 연매출 1조원 안팎에 불과한 대부분 제약·바이오 기업이 거느리고 있는 계열사 수는 20~30개에 달한다. 심지어 계열사 수가 40개를 넘어선 제약사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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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도 바이오벤처인 오스코텍(039200)이 자회사인 제노스코를 중복상장하려다 개인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에 무산된바 있다. 스킨부스터 브랜드 ‘리쥬란’으로 잘 알려진 파마리서치(214450)는 기존 법인을 파마리서치홀딩스로 바꾸고, 리쥬란 등 에스테틱 사업을 맡을 파마리서치를 신설하겠다는 내용의 인적분할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을 사고있기도 하다.
이번에 이 대통령이 쪼개기·중복상장의 폐단을 비판하면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나서면서 바이오 투자자들도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바이오 업체들이 쪼개기·중복상장을 함부로 할수 없는 시장구조가 자리잡게 되면 개인투자자들도 초단기 바이오 투자 대신 중장기 투자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바이오 초단기 투자로 인해 발생하는 주가 변동성도 크게 줄면서 바이오 자본시장도 보다 안정적 모습으로 바뀔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K바이오는 잇단 해외 기술이전 성과와 신약개발 성공 등을 등에 업고 글로벌 도약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바이오 쪼개기·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자리잡게 되면 땅에 떨어져 있는 업계에 대한 바이오 투자자들의 신뢰도도 크게 높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될수 있을 것이다.
K바이오가 글로벌 강자로 거듭나려면 차별화된 신약개발 경쟁력이 필수지만 이에 못지 않게 바이오 투자자로부터 확고한 믿음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하다. 쪼개기·중복상장 등으로 투자자 신뢰를 잃은 바이오 기업은 본업 경쟁력이 어찌됐든 결국에는 시장에서 설 자리마저 잃게 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그야말로 소탐대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