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서울에 거주하는 김신우(가명·42) 씨는 지난 2011년 충남 천안시 불당동에 치킨집을 차려보라는 지인의 권유를 받았다. 연고 하나 없는 동네였지만 천안의 ‘압구정동’에 해당하는 불당동의 유동인구를 믿고 1억4000만원을 들여 99㎡(약 30평) 짜리 오븐구이 프랜차이즈 닭집을 차렸다. 처음 2개월은 월 2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했지만 4개월 후부터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게다가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면서 천안을 오가며 가게 일을 챙기려니 버거웠다. 1년 사이 7000만원을 까먹고, 다른 사람에게 가게를 넘기고 나왔다.
애초에 지인의 말만 듣고 집 근처가 아닌 너무 먼 곳에 목을 잡은 것이 패착이었다. 초반에 월 매출이 2000만원까지도 나왔지만 본인이 상주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건비로 상당 부분이 빠져나간 것이 실패의 주요 원인이었다.
김 씨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본사에서 들여오는 물건 자체가 일반 도매가보다 비싸기 때문에 인건비라도 줄여야 했는데 주방에 2명, 홀에 2명 총 4명을 고용하다 보니 남는 게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 치킨은 다른 창업에 비해 특별한 조리기술이 필요하진 않지만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사진은 서울시 강북구에 위치한 한 치킨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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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애초 꼼꼼하게 지출을 따지지 않고 개업 서비스 등을 남발한 것도 적자의 원인이 됐다. 그는 “첫 달엔 홍보비로 얼마를 쓸 지, 그 다음 달부턴 어떻게 할 건지 계산을 해둬야 한다”며 “개점 직후엔 서비스가 좋으면 많이 오겠지라는 낙관적인 생각으로 이것저것 챙겨줬는데 정작 3개월 정도 후에 계산을 해보니 그렇게 빠져나간 것들의 총합이 상당했다”고 덧붙였다.
예비 창업자들에겐 적어도 3개월 이상은 관련 업장에서 일을 해본 다음 창업을 하라고 신신당부했다. 김 씨는 “특히 중장년층 가운데 갑자기 실직을 하게 되면 다급한 마음에 준비없이 창업을 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면서 “만만해 보이는 치킨 창업도 무턱대고 뛰어들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남는 장사를 하기 위해서 준비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영업 끝나는 시간, 일정하지 않은 호프 장사 어려워”
서울 창동에서 후라이드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영희(51) 씨는 문 닫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호프 장사의 어려움을 가장 먼저 토로했다. 이 씨는 본래 술 장사가 하기 싫었다. 배달 중심의 치킨집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막상 장사를 하다보니 뜻대로 되지 않았다. 바로 건너집에 닭강정 전문점이 들어서며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생닭은 유통기한이 생명이기 때문에 한 마리라도 더 팔기 위해서는 술도 함께 팔아야 했다.
이 씨는 “어떤 날은 딱 한 테이블 남은 손님 때문에 새벽 3시까지 문을 열어둘 때가 있다”라며 “동네 호프 장사는 단골을 잡아야 비성수기를 버틸 수 있기 때문에 영업시간이 지났다고 손님을 함부로 내보내지 못한다. 그냥 손님이 나갈 때까지 버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름에 뜨거운 기름 앞에 서서 닭을 튀기는 것도 쉽지 않은데 영업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채로 새벽 5~6시까지 일을 하다보면 녹초가 되기 십상이다.
또 명절은 커녕 주말이 없는 것도 힘들다고 했다. 이 씨는 “커피집은 적어도 명절에는 문을 닫아도 되지만 치킨집은 다르다”라며 “제사 음식 준비로 고된 하루를 보낸 다음 가족, 친지들과 간단히 술 한 잔을 하러 치킨집을 찾는 이들이 상당한데 그때 가게 문이 닫혀 있으면 손님이 끊기는 건 시간문제다. 그렇게 떨어져 나가는 손님을 막기 위해서라도 365일 문을 열어 둬야 한다”고 말했다.
애매한 가게 크기도 문제였다. 실평수가 49.6㎡(약 15평)로 배달 위주의 치킨집이라기엔 공간이 크고, 맥주와 함께 팔기엔 반대로 장소가 협소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가게 근처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서 애초 호프 장사를 할지, 배달 장사를 할 지 목표를 뚜렷히 한 후 적합한 크기의 가게를 고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