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민주주의가 뿌리내린 이후 세금을 걷고, 지출하는 일에 있어 정부와 국회는 역할을 나눴다. 3권분립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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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뤄지고 있는 추가경정예산(이후 추경) 편성은 이런 정부와 국회의 역할 분담 경계가 무너졌다. 세금과 재정 전문가인 기획재정부는 뒤로 빠진 채 비전문가인 정치인들이 앞다퉈 추경안을 내놓고 있다.
국가재정법 89조는 추경 편성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등으로 인해 예산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 등 중대한 경제적 여건 변동이 발생했을 때,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할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했을 때 △예산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긴급한 재정 조정이 필요한 경우다. 기타는 없다.
그렇다고 이 대표가 30조원을 쏟아붓자고 한 항목이 국가재정법에 열거한 추경 요건에 부합하는 지 따져볼 필요는 없다. 과반 이상을 확보한 거대 야당이 법을 만들고, 고치면 끝날 일이어서다.
곳간 문을 닫자는 게 아니다. 경기를 부양하고, 침체 국면에 들어선 경제 방향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면 30조원이 아니라 50조, 100조원이라도 쓰는 게 맞다. 다만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 넘길 수 밖에 없으니 신중해야 한다. 한계효용 법칙은 소비 뿐 아니라 세금도 동일하다. 무작정 재정 투입 규모를 늘린다고 효과가 비례해서 커지는게 아니다. 추경은 정치가 아닌 경제의 영역에서 판단해야 한다.
효율적으로 세금을 쓰는 방법은 정치인들이 아닌, 경제관료들이 가장 잘 안다. 추경 편성에 있어 권한과 책임은 정부, 그리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있다. “국회에서 정하면 하겠다”는 식의 태도는 무책임을 넘어 직무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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