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막후정치' 없애자‥더 커진 '대주주' 힘겨루기

野 비대위원=당대표 후보‥"선수가 곧 심판" 비판
당대표 뽑을 전당대회 규칙 놓고 비대위원간 공방
  • 등록 2014-09-24 오후 4:34:53

    수정 2014-09-24 오후 4:58:25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재인 비대위원, 정세균 비대위원, 문희상 위원장, 박영선 원내대표, 박지원 비대위원.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경원 김정남 강신우 기자] 지난해 1월 9일. 당시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문희상 의원을 만장일치로 비대위원장에 선출했다. 비대위원은 설훈·김동철·문병호·배재정·박홍근 의원 외에 외부인사를 포함한 9명. 인선원칙은 혁신성과 균형감, 지역 및 세대 등이었다. 다만 실질적인 힘을 가진 차기 당권주자들은 사실상 배제됐다. 결국 그해 5월 당 대표에 오른 이는 김한길 의원이었다.

1년8개월여 후인 지난 18일. 새정치연합은 또다시 문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합의 추대했다. 문재인·정세균·박지원·인재근 의원에 박영선 원내대표까지 포함된 6명이 비대위원으로 확정됐다. 이들은 당내 주요 계파를 이끄는 수장급들이다. 당내에 엄연히 존재하는 계파들을 인정하고, 실세 ‘대주주’들이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내년 초 신임 당 대표를 뽑는다.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이 계파 실세가 장막 뒤에서 펼치는 ‘막후정치’를 원천 차단하고 나섰지만, 곧바로 내홍은 터져 나왔다. 공개석상에서 이뤄진 대주주들 간 신경전인 만큼 그 여진은 더 크다는 진단이 나온다.

문 위원장이 계파 수장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결자해지’(結者解之)하라는 의미다. 이는 그 나름의 장점이 있다. 실질적으로 당을 움직이는 인사들이란 점에서 비대위 선에서 합의만 된다면, 당을 효율적으로 수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계파 수장 비대위원들의 지분을 산술적으로 계산한다면 80% 정도는 될 것”이라고 했다. 야당은 그간 내부분열로 대여(對與) 동력을 상실한 전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비대위원들이 공공연한 당권주자라는 점이다. 이들의 주요한 임무가 전당대회 규칙(룰)을 만드는 것인데, ‘선수’가 직접 규칙을 만들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현실적 고민이다. 비대위에서 배제된 중도파나 원외 중진들의 불만이기도 하다. 계파 수장들이 한자리에 앉으면 전대 주도권을 두고 오히려 내홍만 더 커질 수도 있다.

野 비대위, ‘공정한’ 전대 룰 가능한가

야당의 차기 당 대표 후보로는 친노계(친노무현계)에서는 문재인 의원이 거론된다. ‘자기정치’에 나선 정세균계 수장인 정세균 의원과 구민주계와 호남을 대표하는 박지원 의원은 이미 출마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故) 김근태계인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 측에서는 이인영 의원이 거명된다. 이밖에 김영환·조경태·추미애 의원 등도 출마가 예상된다.

비대위의 주된 임무 중 하나는 ‘공정한’ 경선 룰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비대위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계파 수장들이 모인 비대위에서 과연 중립적이고 공정한 룰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 않는 이유다. 문 위원장의 ‘계파주의 청산’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전대 준비위원회는 계파 중립적인 사람에게 맡기고 비대위에선 잊어 달라. 비대위가 이래라 저래라 간섭해선 안 된다”(이석현 국회부의장)는 당내 중도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비대위서 경선 룰 마련하면 안 된다”

이미 내홍은 현실화됐다. 비대위 출범 사흘째인 24일 당 비대위 회의에서는 전대 룰을 둘러싼 날선 공방이 전개됐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친노계가 주장해왔던 전대 ‘모바일투표’ 도입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비노계가 즉각 제동을 건 것이다. 이른바 ‘문·문(문희상 위원장과 문재인 의원) 연대설’ 논란이다.

정세균 의원은 “전대와 관련한 비대위 역할은 전대를 차질 없이 공정하게 치르도록 준비하는 것”이라면서 “비대위가 전대 룰을 만들려고 하거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의원도 “당의 통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당을 혁신하겠다며 분열로 끌고 가면 안 된다”면서 “당의 총의를 모아 국민들이 바라는 통합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박 의원이 이처럼 발끈하는 것은 모바일투표 도입이 그만큼 친노에 유리한 룰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이는 유력 당권주자인 문재인 의원을 겨냥한 견제구인 셈이다. 모바일투표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조직력이 강한 친노에게 유리하다는 당내 시각이 많다.

다만 문재인 의원은 이 자리에서 전대 룰과 관련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 친노계 한 인사는 “모바일투표는 문 의원이 벌써 나서서 발언하기엔 복잡한 문제”라고 전했다.

비대위 내홍은 야권 전체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다. 내년 전대 출마가 거론되는 원외 중진 천정배 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비대위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결심하면 쇄신을 이룰 수 있다”면서 “그렇게 안 되면 국민들로부터 심판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논란이 된 모바일투표를 두고 “그보다 당원에게 보통선거권을 주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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