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효성(004800)은 2013년부터 작년 9월말까지 자기자본을 연간 수십억원 가량 부풀려 5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게 생겼다. 2014년 7월에도 효성은 분식회계 문제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당시 금융위는 조석래 회장과 이상운 부회장, 두 명의 대표이사에 대해 해임권고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효성은 행정소송을 이유로 대표이사 해임을 3년여간 미뤘다. 행정소송 2심에서도 패소한 뒤 올 7월 상고를 취하할 즈음 조 회장(대표이사)은 회장직을 내려놨다. 사실상 해임이 아니라 사임이었다. 이 부회장은 이보다 석 달 앞선 4월 자리를 내놨다. 금융위의 해임권고 조치가 이제서야 실행되나 했던 것도 잠시, 효성은 9월말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 전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다시 선임하는 안건을 논의키로 했다.
계룡건설(013580)산업도 지난해 2월 분식회계로 금융위로부터 대표이사 해임권고 조치를 받았다. 이에 따라 한승구 대표이사가 사임했으나 1년 뒤인 올 3월말 또 다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런 식의 ‘눈 가리고 아웅’식 대응이 나타나면서 제재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 주도하에 분식회계를 저지른 회사 임원에 대한 직무정지를 신설해 해임권고와 함께 동시에 제재하는 내용의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 대표발의)이 5월 발의됐으나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6개월의 직무정지 기간 동안 해임되지 않을 경우 직무정지 연장 등의 조치를 가하겠단 방침이지만 해임조치는 말 그대로 권고사항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효성처럼 대표이사나 임원에선 물러나더라도 사내이사로 선임되는 것에 대해선 막을 방안이 없단 점도 허점이다.
금융위도 대표이사 해임권고 조치는 주주총회에 건의하는 내용일 뿐 이를 수용할지 여부는 주주들이 판단할 일이란 입장이다. 또 분식회계에 연루된 인사가 사내이사 등으로 선임되는 것 역시 금융위가 막을 만한 법적 장치가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최근 경제개혁연대는 성명을 통해 “이상운 효성 전 부회장이 사임하고 다시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로 선임된다면 지배주주가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회사는 증선위의 임원 해임권고가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작년 주주총회에서도 조 전 회장과 이 전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는 것에 별 다른 걸림돌이 없었다. 조 전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들이 효성 지분율 37.48%(7월말 현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외감법 개정안에 따르면 분식회계 관련자들에 대한 과징금이 상향 조정된다. 분식회계 회사에 대한 과징금 상한 20억원(분식회계 20% 내로 상한 변경)을 폐지하고 분식회계를 알았거나 이를 막지 못한 이사나 회장 등의 임원에게도 회사에 부과된 과징금의 10%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토록 하고 있다. 징역형도 강화된다. 다만 이러한 과징금 상향 조정 등이 실효성 없는 대표이사 해임권고 조치를 얼마나 보완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