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한 온라인 매거진에서 에디터로 일했던 저자는 2018년 회사를 그만뒀다.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느끼는 허무함 때문이었다. 회사는 바쁘게 돌아가지만, 중요한 일을 맡고 있지 않으면서도 시간은 너무나 빨리 지나갔다. 시간을 어설프게 쓰고 있다는 생각에 결심한 퇴사였다.
무력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동안 살아온 환경을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독일 베를린으로 훌쩍 떠났다. 독일어를 배운 적은 없었다. 베를린에서 1년 넘게 보낸 시간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도시를 새로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2020년 본격적으로 독일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저자는 여전히 베를린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책은 저자가 독일에서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상상도 못했던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살아온 이야기를 30여 편의 에세이로 담았다. 베를린에 도착해 새로운 방을 구했던 일, 바흐와 펑크를 넘나드는 동거인과 함께 살아가는 일, 좋아하는 운동을 하며 마음에 맞는 친구를 사귀기 등 베를린에서의 소소한 삶이 책장에 담겨 있다.
독일어를 전혀 알지 못했던 저자는 베를린에서 말을 못하는 동시에 듣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입과 귀를 대신해 눈으로 도시를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기록했다. 이제 막 독일어를 시작한 초보 ‘베를리너’로서 저자는 낯선 도시에 서서히 익숙해지는 과정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다른 나라의 언어를 다시 처음부터 배워야 하는 어른은 마음이 조급할 수밖에 없지만, 마음으로 어찌할 수 없는 시간도 우리에겐 필요하다”며 “아이가 언어를 배우듯, 베를린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썼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