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법 폭동'에 현장 경찰관들 "지휘부 책임져야"

"'尹 지지자 격력 시위' 예상 가능했다"
"법원 후문 등 잘 막았으면" 아쉬움도
경찰, 대응 과정 파악해 대책 검토
  • 등록 2025-01-20 오후 3:36:55

    수정 2025-01-20 오후 3:36:55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서울서부지법 폭력 난동 사태’와 관련해 현장 경찰관들 사이에서 “지휘부는 대체 뭐했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지지자들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습격한 19일 오전 경찰이 서부지법 후문에서 쓰러진 현판을 세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19일 오전 3시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사실이 보도된 이후 오전 3시 7분께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극도로 흥분해 경찰 저지선을 뚫는 등 법원에 침입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경찰관의 방패를 빼앗아 정문과 유리창을 부수는 등 폭력 행위를 이어갔다. 일부는 개인 사무실까지 돌아다니면서 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부장판사를 찾아다니기도 했다.

경찰은 오전 3시 32분께부터 지지자들을 진압하며 현행범으로 체포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오전 5시 30분께 법원 내 있던 40여명을 후문 밖으로 이동조치했고, 오전 6시 30분께 시위자 전원을 법원 밖으로 내보내며 정상화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경찰관 51명이 부상을 입었다. 일부 경찰관이 얼굴과 머리 등에서 피를 흘리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사건 이후 현장 경찰관 사이에서는 지휘부가 초기부터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지지자들이 영장 발부 이후 격하게 반발할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경력 운용에 아쉬움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경찰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에 침입하자 기동대 경력 15기 등 1400여명을 배치해 시위대를 끌어냈지만, 법원으로 진입하지 못하게 후문 등을 선제적으로 막았어야 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현장 경찰관은 “기동대가 출범한 이후 이런 사태가 처음이었을 건데, 그간 집시 관리에선 대화와 타협으로 대응하려던 기조였다”며 “예전엔 전의경이 대응했겠지만 지금 직원들이 쭉 하다 보니 피로도도 많이 쌓였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처음에 진압봉도 없이 방패로 대응하던 걸 보니 안타까웠다”며 “지휘부가 여러 상황을 잘 챙겼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현직 경찰관들이 모인 다음 카페 ‘경찰사랑’에도 전날 새벽 출동했던 경찰관들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기동대 소속인 A씨는 “지휘부는 직원들을 ‘몸빵’으로만 생각하나. 방관한 현장 지휘부는 분명히 책임 져야 한다”며 “동료가 조롱당하듯 폭행당하는 걸 봤다.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했다.

다른 경찰관 B씨도 “무슨 일이 날 것만 같은 예감은 저뿐만 아니라 다른 경찰관도 느끼고 있었다”며 “누가 봐도 후문 쪽은 너무 허술해 보였는데 대비를 거의 안 시켰다. 습격에 기민하게 대처 못 해 피해가 더 컸다”고 전했다.

경찰청은 이번 서부지법 폭동 사태와 관련해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현장 대응 과정 전체를 정확하게 파악한 이후에 대책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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