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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 상황이 계속 변화하고 있어 관세의 미래 영향은 중대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명확한 방향이 나올 때까지 실적 가이던스 발표를 보류한다”고 밝혔다.
GM은 이날 1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변화를 고려해 애널리스트들과의 컨퍼런스콜은 이례적으로 내달 1일로 연기했다.
GM은 주주 환원 정책도 보류 중이다. 지난 2월 이사회에서 승인한 6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 가운데 현재까지 20억 달러어치만 집행됐고, 나머지는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GM은 1분기 매출 440억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으며, 시장 예상치(430억 달러)를 웃돌았다. 주당 조정순이익은 2.78달러로 예상치(2.74달러)를 소폭 상회했다. 순이익은 2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했다. 이는 고수익 차량인 대형 트럭과 SUV의 생산이 일부 중단된 데다, 노동비 및 보증 비용이 증가한 영향이다. 1월에는 부품 공급업체의 화재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25% 자동차 관세 발효를 앞두고 소비자들이 차량 가격 인상을 우려해 구매 시점을 앞당기면서 3월부터 강한 수요가 나타났다. 제이콥슨 CFO는 “가격 인상 전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몰리면서 업계 전반에 선반영 수요가 발생했다”며 “이는 4월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GM은 4월 미국 내 출고량이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자동차 산업은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산업 중 하나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절반가량이 수입차이며, 미국산 차량에 들어가는 수천 개의 부품도 멕시코, 캐나다, 한국, 중국 등 해외에서 공급된다.
GM은 현재까지 가격 인상이나 생산 이전 계획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GM은 최근 관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인디애나주 포트웨인 트럭 공장의 생산을 소폭 증산하겠다고 밝혔으며, 한국에서 생산하는 쉐보레 트랙스 등 수입차 가격은 유지 중이다. 제이콥슨 CFO는 “가까운 시일 내 빠르게 실행 가능한 조치들에 집중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전략 조정은 관세 정책이 보다 명확해진 뒤에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따른 자동차업계의 충격은 GM뿐이 아니다. 테슬라 역시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정책으로 인해 공급망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으며, 포드도 오는 5월 5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가이던스를 철회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관세 불확실성, 전기차 전환 지연, 해외 시장 부진 등 삼중고에 직면하며 GM의 메리 바라 CEO 체제는 중대한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고 WSJ은 짚었다. 경쟁사인 포드의 주가는 올해 들어 3% 상승한 반면 GM의 주가는 올해 들어 12%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