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5일 “지난 1944년 아시아·태평양 전쟁 당시 미·중 연합군이 점령한 중국 송산에 포로로 잡혔던 한국인 위안부의 모습을 담은 18초짜리 흑백영상을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발굴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한국인 위안부에 대한 증언과 문서, 사진 등이 공개된 적은 있지만 영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사진은 한국인 위안부의 참상을 증명하는 자료로 활용됐다. 지난 2000년 1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전범 여성국제법정’ 준비과정에서 고 박영심 할머니(2006년 별세)가 사진 속 만삭의 여성이 자신이라고 밝혀 국제사회의 조명을 받기도 했다.
|
연구조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는 “당시 영상은 미·중 연합군으로 활동한 미군 164통신대 사진대 소속 에드웨드 페이 병장이 1944년 9월 8일 이후 촬영해 소장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상에는 미·중 연합군 산하 제8군사령부 참모장교인 신카이 대위(중국군 장교)로 추정되는 남성이 위안부 1명과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나머지 여성들은 초조하고 두려운 표정으로 침묵하고 있다.
엄규숙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이번 발굴 조사는 ‘국내외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료를 수집하고 기록물로 관리해 역사적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서울시의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관리사업’의 일환”이라며 “오는 9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공모전과 학술대회 등 다양한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1991년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최초 증언한 이후 239명의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 위주로 연구가 이뤄졌지만 이제 생존 피해자가 38명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과거 기록물 조사·발굴이 중요하다는 게 시와 연구팀의 입장이다.
강 교수는 “영상 속 인물들을 2000년 고 박영심 할머니가 자신이라고 밝혔던 사진과 영상 속 인물들의 얼굴과 옷차림이 동일하다”며 “영상 속 한국인 위안부가 정확히 누구인지는 특정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들은 미·중 연합군이 이후 포로 심문과정에서 생산한 ‘조선인 위안부 명부’에 있는 여성들”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더 늦기 전에 일본군 ‘위안부’ 자료의 체계적 조사와 수집이 필요한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인 조사 발굴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위안부 연구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이 갑자기 끊긴 상태에서 서울시라도 지원하겠다는 마음으로 서울대 연구팀과 위안부 기록물 관리사업을 추진한 끝에 결실을 나타냈다”며 “불행한 역사도 기록하고 기억해야 다시는 반복하지 않는 만큼 앞으로도 모든 역량과 자원을 집중해 역사를 기억하고 바로 세우는데 앞장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