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더욱 가까워지는 가운데 열차와 도로 등 민간교류를 위한 시설 확충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6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두만강 자동차 교량’ 건설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다음 달엔 블라디보스토크와 나선의 여객열차도 운영을 개시한다.
18일 외교가에 따르면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분단을 넘어’는 올 2, 3월 수집한 위성사진을 토대로 북러를 잇는 두만강 자동차 다리 건설 준비 작업이 진척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27일 촬영된 위성사진을 보면 러시아 쪽 다리 건설 현장 인근의 나무나 관목이 제거되고 일부 지형이 평탄해졌다. 북한 쪽에선 다리 건설 현장에서 서쪽으로 약 500m 떨어진 지점에 소형 레미콘 공장으로 보이는 시설물이 추가됐으며 얼어붙은 두만강 위로 러시아 쪽에서 시작되는 164m 길이의 임시 교량이 설치된 사실도 확인됐다. 공사 인력과 장비를 나르기 위한 임시 시설로 추정된다.
3월 14일 이후 사진에선 러시아 쪽에서 설치한 임시 교량 일부는 해체돼 지상으로 옮겨졌으며 이후 같은 달 21일 촬영된 위성사진에서는 남아있던 일부 임시 교량도 사라졌다. 자동차 다리 건설이 진척된 동향으로 해석된다.
 | 두만강-러 하산 국경 도로 교량 건설 위성 모습[북한 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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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정상회담에서 두만강을 가로질러 북러를 잇는 자동차 다리 건설에 합의한 바 있다. 양국간 경제협력은 물론 인적교류를 확대하겠다는 계산에서다. 교량은 이르면 내년 말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철도 역시 확충하고 있다. 앞서 16일(현지시간) 타스통신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북한 라선 간 열차 운행이 내달 시작된다고 밝혔다. 통신은 “블라디보스토크-라선 노선을 따라가는 새로운 열차는 5월8일에 출발할 것”이라며 “이번 새로운 국제 관광 열차 개시는 연해주 지역에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특히 5월 8일은 러시아의 ‘전승절(5월 9일, 2차세계 대전에서 나치독일을 상대로 소련이 승리해 이를 기념하는 날)’을 하루 앞둔 날이라 의미가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북러 관계가 계속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5월 전승절에 모스크바를 방문할 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미 러시아는 내달 9일 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을 기념하는 열병식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참석할 것이라며 많은 아시아 지도자들을 초대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참석 여부는 아직 미지수지만 지난해 말 평양을 방문한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장관 등 러시아 국방부 대표단은 당시 전승전 80주년 열병식에 북한군 부대를 초청한 바 있다.
물론 ‘양자간 만남’을 선호하는 김 위원장이 러시아 위주의 다자 행사인 전승절에 참석할지 여부에 대해 회의적은 목소리도 있다. 모스크바라는 장소도 관건이다. 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1년 무려 23박 24일간 전용열차를 이용해 모스크바를 방문해야 했다. 이제까지 기차로 이용해 러시아와 회담을 한다고 해도 블라디보스토크(2019년, 북러정상회담) 등 극동지역까지만 오간 김 위원장이 모스크바까지 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비행기를 탄다고 해도 평양-모스크바까지 직행할 수 없는 북한산 전용기도 없는 데다, 김 위원장 위주의 의전은 불가능해진다.
 | 지난해 6월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가운데)은 북한 평양에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다.[뉴스1=노동신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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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상국가’를 표방하며 북한이 글로벌 무대에 전면적으로 등장하기 위해 김 위원장이 전승절을 활용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이 다자외교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동시에 친(親) 러시아 성향을 국제사회에 공표하게 되는 자리가 될 수도 있다. 통일부는 김 위원장의 방러 가능성에 대해 “예단하지 않고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