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적으로는 2년 전 대만을 강타한 두쥐안 태풍의 후유증 탓이다. 두쥐안으로 인한 산사태 이후 철로 주변에서 진흙더미가 흘러내리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한 철로 보수작업에만 해도 적잖은 비용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당시 태풍이 몰아치면서 대만에서 340명 이상의 인명 피해를 초래한 두쥐안이 지금도 아리샨 관광열차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2009년의 모라콧 태풍 피해도 두쥐안에 못지 않았다. 산사태는 물론 나무 줄기가 부러지거나 뿌리째 뽑히기도 했다. 그 이듬해 나무가 철로에 쓰러지는 바람에 열차가 탈선사고를 일으킨 것도 태풍의 영향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그때의 시고로 관광열차 승객 5명이 숨졌고, 이후 열차 운행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그동안 삼림국에서 관광열차를 운영하다가 그 운영권을 철로관리국(TRA)에 넘기려는 것도 이처럼 크고작은 사고가 이어지면서다. 좀 더 전문적인 경영 방식으로 효율적인 경영을 기한다는 취지다. 적자폭이 크기 때문에 일단은 삼림국이 운영비를 댄다는 조건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철로국으로서도 아직은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산사태로 인한 철로관리 작업만도 벅차다는 것이다.
이로써 지난해 승차권 수입이 전년에 비해 25% 늘었는데도 적자 폭은 3억 대만달러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2014년이나 2015년과 거의 마찬가지 수준이다. 승차권 가격을 올리고도 경영이 개선되지 못한 것은 중국 관광객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2015년의 경우 아리샨 관광열차 이용객이 194만명에 이르렀으나 지난해에는 160만명선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이용객은 5500명 안팎이다.
이에 따라 산사태 예방을 위한 슬로프 정비와 선로 관리, 노후열차 교체에 사용되는 공공기금이 거의 바닥을 드러낸 실정이다. 철로국이 삼림국으로부터 관광열차 운영권을 완전히 넘겨받는 데 주저하는 이유다. 산간 지형에서 운행되기 때문에 철로국이 운영 중인 기존의 다른 철도들보다 운영비가 훨씬 더 많이 들어가는 것도 사실이다.
이 철도는 역사적으로도 유래가 깊다. 일찍이 일제 식민지 시절이던 1912년부터 운행을 시작했으므로 이미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삼림을 개발하고 벌채된 나무를 실어 나르는 용도로 설치된 삼림열차였다. 그동안 삼림국에서 운영을 맡아 온 이유이기도 하다. 일제는 과거 조선에서도 삼림철도를 설치하고 나무를 무더기로 베어내 목재를 조달했다. 북한 지역의 만포선과 백무선, 무산선, 혜산선 등이 그런 사례에 속한다.
아리샨 관광철도는 무엇보다 산악을 달리며 맛보는 경치가 일품으로 평가받는다. 종착역인 아리샨역의 해발고도가 2274m라는 점에서 철로가 지나는 험준하고도 빼어난 산악 지형의 경치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벚꽃이 피어나는 3~4월의 경치가 유명하다. 노선의 전체 길이는 71.4km에 이른다. 인도 히말라야 산록의 다르질링 등산철도, 페루 안데스 철도와 함께 세계적인 등산철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허영섭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