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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영문학과 72학번인 그는 미국 시카고대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고서 1987년 철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래 모교에서 계속 강단에 섰다. 세계여성철학자대회 조직위원장과 철학연구회 연구이사, 한국인문학총연합회 대표회장 등을 역임하는 등 외부활동도 활발하다. 전임인 최경희 전 총장은 물리학 석사, 과학교육 박사를 받은 이공계 출신으로 처음 이대 총장직에 앉아 화제가 됐다.
학내에서는 김 신임총장이 사회적 파문에 휩싸여 혼란스러웠던 학교를 다시 안정시키고 소통의 리더십으로 구성원간 통합을 이끌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미래라이프 사태·정유라 학사특혜 파문 때 학생 편에 서
학교법인 이화학당(이사장 장명수)은 26일 정오 이사회를 열어 전날 결선투표에서 1위에 오른 김혜숙 교수를 제16대 신임 총장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혜숙 교수는 결선투표에서 57.3%(548표) 득표율로 김은미(59) 국제학과 교수(42.7%·409표)를 여유롭게 제쳤다.
교수협의회 공동회장을 지낸 그는 지난해 7월 학생들이 학교 측의 일방적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추진에 반대해 본관점거 농성 등 학내 시위를 이어갈 때 이들에 동조하는 교수 시위를 이끌었다. 특히 학생들과 함께 최경희 전 총장의 사퇴를 이끌어내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3학년 윤모(23·여)씨는 “이번 결과는 이화 정상화를 위한 첫 단추라고 본다”며 “앞으로 신임 총장께서 학내 구성원들과 활발히 소통해주셨으면 좋겠고 약속하신 공약들을 하나하나 실천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신임 총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만 63세인 그는 올해 초 마련된 이사회의 총장 선출안에 ‘임기 중 교원 정년(만 65세)에 이르지 않는 학내 인사만 총장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조항 때문에 당초 입후보가 어려웠다. 일각에서는 김 교수가 학생들의 큰 지지를 받는 탓에 반(反) 재단 성향으로 분류됐기 때문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학생들이 “특정 교수의 출마를 봉쇄하려는 것 아니냐”며 거세게 반발하자 학교 측은 결국 해당 규정을 철회했다.
학생 인권·소통 강조…“이화 원래 모습 되찾겠다”
김 신임 총장은 최 전 총장 사퇴 과정에서 불거진 극심한 학내 갈등을 수습하고 구성원 간 통합을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대 교수는 “첫 직선제로 뽑힌 총장이자 지난해 한 차례 큰 소용돌이를 겪은 뒤 맡는 총장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클 것으로 본다”며 “동료 교수 및 학생들과 소통해온 예전 모습이 변하지 않은 채 학사 운영을 이끌어 이화 발전에 기여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신임 총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총장으로 공식 선임된 뒤 기자들과 만나 “구성원들 뜻을 모아서 여러 가지 안정화 작업을 해야 할 것”이라며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말이 있듯이 이화의 원래 모습을 되찾고 명예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신뢰문화 구축이 가장 큰 과제”라며 “구성원 간 갈등을 수습하고 화합과 통합의 길로 나서는 게 가장 먼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 신임 총장은 이날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임기는 2021년 2월까지다. 취임식은 오는 31일 이화 131주년 창립 기념식에서 함께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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