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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 부인 태도 일관…헌정 사상 초유 전직 사법부 수장 구속 갈림길
검찰은 이날 공개 소환 조사를 포함, 세 차례 대면 조사를 마친 끝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양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양 전 원장은 지난 11일 첫 공개 소환 조사와 두 차례의 비공개 소환 조사 등 피의자 신분으로 나와 약 27시간 가량 검찰 조사를 받았다.
양 전 원장은 세 차례 피의자 신문을 포함해 전날까지 모두 5차례 검찰에 출석했다. 첫 조사 때부터 사실상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을 확인한 검찰은 조서 열람을 포함한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지 하루 만인 이날 오후 구속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접수했다.
양 전 원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민사 소송 ‘재판거래’ 개입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법관 블랙리스트 △공보관실 운영비로 비자금 3억5000만원 조성 등 40여 가지다.
양 전 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일제 강제징용자 소송 지연 등 ‘재판 개입’과 법관 인사 불이익(법관 블랙리스트)등 핵심 혐의에 대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사실상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의 증거 제시로 사실 관계가 비교적 명확한 부분에 대해서도 “실무진이 알아서 했다”거나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으로 일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사태의 최종적 결정권자이자 책임자로서 무거운 책임을 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강제징용 소송 재판개입 등 이 사건에서 가장 심각한 범죄 혐의들에서 단순히 보고받는 수준을 넘어 직접 주도한 사실이 진술과 자료를 통해 확인되기 때문에 구속영장 청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양 전 원장과 대부분 혐의 겹치는 박병대 전 대법관 영장 재청구
사실상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데다 양 전 원장의 지시를 받고 실무를 책임지다 지난해 11월 구속기소된 임종헌(60)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의 형평성도 고려했다. 양 전 원장은 임 전 차장과 박병대·고영한(64) 전 대법관 등에게 ‘재판거래’ 등 사법농단 관련 업무를 승인하거나 직접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고 전 대법관의 경우 혐의를 일부 인정하고 범행에 가담한 기간이 비교적 짧은 점을 감안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않았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7일 “공모 관계 성립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박·고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전담판사가 지적한 부분을 깊이 분석하고 그 취지에 맞게 추가 수사를 통해 충실히 보완했다”며 “혐의의 중대성과 영장 기각 이후 추가 수사내용, 추가로 규명된 범죄 혐의를 고려할 때 재청구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한편 양 전 원장과 박 전 대법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22일께 열릴 전망이다. 다만 범죄 혐의와 수사기록이 방대한 점을 감안해 하루이틀 늦게 기일이 지정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