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20년]위기의 교훈.."경기 좋을 때 구조개혁 나서야"

김동연 부총리 "3% 경제성장 경로, 좋은 모습"
전문가들 "文정부, 한국경제 골든타임 1~3년"
IMF "적극적 노동정책 등 구조개혁 추진해야"
산업 구조조정 지지부진 "부실기업 털어내야"
  • 등록 2017-11-21 오후 1:51:04

    수정 2017-11-21 오후 1:51:04

[출처=이데일리 DB]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유동성 조절 자금 지원을 요청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997년 11월21일 밤 10시. 이틀 전 임명장을 받은 임창열 경제부총리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틀)이 튼튼하다”고 했던 김영삼 정부는 불과 20여일 만에 입장을 바꿨다. 빚은 눈덩이처럼 불었는데 외환보유액은 39억달러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무능력했던 정부로 인해 국민이 치른 대가는 혹독했다. 굴지의 대기업이 무너지고 실업자들이 거리로 쏟아졌다. 칼바람이 불었던 유난히도 추운 겨울이었다.

정부는 “지금 한국 경제는 20년 전과 다르다”고 강조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만나 “우리 성장이 거시적으로 좋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환보유액은 3844억6000만달러(10월말 기준)로 증가했다.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4%(전기 대비)로 7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김 부총리는 “3%대 성장 경로를 착실하게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 골든타임 1~3년”

그렇다면 안심해도 되는 것일까.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의 진단은 달랐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2018년의 한국경제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며 “3대 불안 요인을 잘 피해 가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주 실장은 3대 불안 요인으로 △사상 최대 수준(2분기 기준 1388조원)인 가계부채 △빠르면 연내 시작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등 대외 리스크 △17년 만에 최대로 오른 최저임금 인상률(16.4%)에 따른 해고 부작용 등을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규제연구센터가 경제전문가 489명을 대상으로 한국경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8.1%가 ‘한국경제는 냄비 속 개구리’라는 주장에 대해 공감한다고 답했다. 물이 끓는 위기 상황을 제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한국경제가 죽음에 이르지 않고 냄비를 탈출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묻는 질문에 63.3%가 ‘1~3년’이라고 답했다. 문재인 정부 초반이 골든타임이란 지적이다.

국내 전문가들만 이런 지적을 하는 게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례협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국) 경제가 성장하는 지금이 구조개혁을 추진할 기회”라고 밝혔다. 구조개혁과 관련해 △정규직에 대한 유연성 확대 △실업자에 대한 강력하고 포용적인 사회안전망 구축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을 주문했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조선, 건설 등 전통산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경기가 지금처럼 나을 때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철강처럼 수출 관련 산업 중 경쟁력이 약해진 분야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종합하자면 노동시장 개혁과 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999년 12월말 88억7000만달러에 그쳤던 외환보유액이 올해 3844억6000만달러로 433배나 증가했다. [단위=억달러, 1997년부터 매해 12월말 기준, 올해는 10월말 기준, 출처=한국은행]
산업 구조조정 장관회의 0건

하지만 최근엔 구조개혁 논의조차 없는 상황이다. 조선·철강·석유화학 업계의 선제적 구조조정 등을 논의했던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는 현 정부 들어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과잉공급 업종에 대한 선제적 사업재편 취지로 시행된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심의도 지지부진하다. 매달 사업재편 승인 기업들을 공개해 오던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9월 심사 결과를 비공개했고 10월에는 심사조차 하지 않았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은 “경제 여건이 나아진 지금이 구조개혁의 최적기”라며 “한계기업과 부실기업을 털어내고 새로운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할 수 있도록 구조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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