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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상호출자제한집단 중흥그룹 소속 중흥건설과 그 계열사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향후 금지)과 과징금 총 180억 2100만원을 부과하고, 중흥건설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과징금은 각각 △중흥건설 90억 4900만원 △중흥토건 35억 5100만원(청원개발 건 포함) △중흥에스클래스 5억 900만원 △중봉산업개발 1억 2200만원 △브레인시티프로젝트금융투자 42억 6300만원 △모인파크 1억 7400만원 △송정파크 3억 5300만원이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중흥건설은 2015년 2월부터 올 2월까지 오너 2세 정원주 부회장 소유 중흥토건과 중흥토건의 6개 계열사(청원개발, 중흥에스클래스, 중봉산업개발, 브레인시티프로젝트금융투자, 모인파크, 송정파크)가 시행하고 중흥토건이 단독 시공하는 12개 주택건설 및 일반산업단지 개발사업과 관련한 24건의 PF·유동화 대출에 총 3조 2096억원 규모의 무상 신용보강(연대보증, 자금보충약정 등)을 제공했다.
시공사의 경우 시행사로부터 공사물량을 도급받고 해당 시공이익을 확보하는 대가로 신용보강을 제공하는 것이 통상적인 거래 관행이다. 하지만 중흥건설은 이 사건 12개 사업에 대한 시공지분이 전혀 없음에도 PF·유동화 대출 전액에 신용보강을 제공하면서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았다. 중흥건설이 받지 않은 신용보강 대가는 최소 180억 9981만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중흥그룹의 이같은 행위가 공정한 거래질서를 크게 저하시켰다고 판단했다. 당시 중흥토건과 그 계열사 자체 신용만으로는 대출 실행이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중흥토건은 2007년 정 부회장이 인수할 당시 그 가치가 12억원에 불과한 소규모 지역 건설사였고, 이후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내부거래에 의존해 성장해 2017년부터 신용등급을 보유했지만, 여전히 금융기관으로부터 신용보강을 요구받았다. 계열사 6곳은 신용등급 자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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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행위 결과 중흥토건과 6개 계열사는 자금조달을 쉽게 할 수 있게 돼 경쟁사업자에 비해 상당히 유리한 경쟁조건을 확보했고, 주택건설업 시장과 일반산업단지 개발업 시장에서 지위가 크게 강화됐다. 이들은 12개 사업으로 매출 6조 6780억원, 이익 1조 731억원을 수취했고, 중흥토건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2014년 82위에서 2024년 16위로 급상승했다.
또한 지원행위로 중흥토건에 직접적으로 귀속된 이익은 지분가치 상승과 배당금 650억원, 급여 51억원 등 형태로 정 부회장에게 모두 귀속됐다.
최장관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이번 조치는 무상 신용보강 제공과 같은 지원행위로 총수 2세 회사를 성장시켜 경영권을 승계하고, 이 과정에서 중소사업자의 시장 진입과 경쟁 가능성을 저해하는 등 공정한 거래질서를 훼손한 행위를 적발·제재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은 대규모 부동산 PF 개발 시 이용되는 신용보강 수단인 ‘자금보충약정’을 총수 일가 사익편취 및 부당지원행위로 제재한 최초 사례”라며 “신용보강 행위가 형식·명칭을 불문하고 정상적인 거래관행에서 벗어나 특정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경우 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