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트럼프 시대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미국 시장 점검을 위해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 트럼프 주니어 등과 만나며 미국 쪽 최고 실세와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 12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토리파인스 골프코스에서 열린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프로암’에서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손녀인 카이 트럼프,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골프스타 로리 매킬로이 등이 대화하고 있다. 초록색 우산을 쓴 사람인 정의선 회장이다. [사진=재미교포 A씨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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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정 회장은 미국 샌디에이고 소재 토리파인스 골프코스를 방문했다. 현대차가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하는 PGA(미국프로골프협회) 투어 토너먼트 대회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프로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큰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그의 딸인 골프선수 카이 트럼프와 자연스러운 만남을 가졌다.
정 회장의 최측근이 트럼프 측 및 이번 대회 최고 스타 로리 맥길로이와 함께 라운딩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라운드를 하지는 않았으며 줄곧 함께 따라다니며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주니어는 트럼프 행정부 2기 최고 실세로 꼽히는 인물이다.
정 회장의 이번 미국 출장은 그룹 공식 행사 외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관세 전쟁’ 대응 전략을 직접 챙기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수입산 철강과 기아(000270) 공장이 있는 멕시코산 제품에 25%의 고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으며, 수입 자동차에 10% 보편관세 부과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리스크에 대비, 미국 생산을 늘리고 현대제철(004020) 제철소 미국 건설도 검토 중이다. 트럼프 정부의 최고 실세와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해 리스크 해소를 기대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정 회장은 또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캘리포니아시티에 위치한 현대차·기아 모하비주행시험장 설립 2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완벽한 품질과 성능 확보를 위해 노력해온 연구원들을 치하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현대차 장재훈 완성차 담당 부회장, 호세 무뇨스 사장(CEO), 양희원 사장(R&D 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캘리포니아시티에 위치한 현대차·기아 모하비주행시험장 설립 2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사인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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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지난 20년 동안 모하비주행시험장과 연구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며 “우리는 미래를 내다보면서 AI, 로봇 공학, 소프트웨어중심차(SDV), 전동화, 수소 기술과 같은 선구적인 기술에 집중해야 하고 이러한 혁신을 위해 모하비주행시험장과 같은 연구시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지 연구원들에게 “앞으로 다가올 20년의 여정에서도 도전을 기회로, 좌절을 성공으로 전환시키는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지속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2005년 현대차·기아는 모하비 사막 한 가운데 약 1200억원을 투자해 여의도 면적의 두 배에 달하는 1770만㎡(약 535만 평) 규모의 모하비주행시험장을 건립했다. 지금까지 5000여대의 현대차·기아·제네시스 차량이 약 3200만km 이상의 혹독한 주행 시험을 거쳤으며, 이를 통해 최고 수준의 품질과 내구성, 신뢰성, 안전성을 갖추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계속 미국과의 스킨십을 강조하고 있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최근 자신의 SNS에 “미국 현지 R&D 연구거점과 앨라배마 및 조지아 등에 위치한 생산거점 등을 포함, 미국에서 직간접적으로 57만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으며, 2002년부터 미국에 205억 달러(약 30조 원) 이상을 투자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