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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중국과 잘하고 있다”며 “현재 대중 관세율 145%는 매우 높은 수준으로, 협상을 통해 실질적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0%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대중 관세율 인하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발언을 내놓으며 시장을 달랬다. 그는 이날 JP모건체이스가 워싱턴 D.C.에서 주최한 비공개 투자자 서밋에서 “매우 가까운 시일 내 미중 긴장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재 수준의 관세율로는 현 상황을 지속할 수 없다는 데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세션에 참석한 사람들에 따르면 베센트는 현 상황을 본질적으로 ‘무역 금수 조치’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중국과의 다음 단계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세계와 시장이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도록 미·중 간 긴장 완화 가능성이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목표는 미·중 탈동조화(decoupling)가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양측이 극단적으로 관세율을 높여 무역을 완전히 차단하는 최악의 상황은 막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트럼프 행정부는 각국과 협상도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백악관은 현재 18개국으로부터 무역 협정 서면 제안서를 접수했고,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을 포함한 관계자들이 이번 주 34개국과 무역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회담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 역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3~24일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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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가 이같은 출구전략을 내비친 것은 최근 미 자산에 대한 신뢰도가 훼손되면서 달러가치가 급락하고 미 장기물 국채금리가 치솟는 등 금융시스템 위기론이 불거진 탓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무역,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라는 글로벌 규범을 무너뜨리면서 브렉시트(BREXIT)에 빗댄 아멕시트(AMEXIT)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실물경제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조업을 되살리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베센트 장관은 공화당이 주도하고 있는 감세안이 7월초에 통과될 것으로 낙관했고, 그 후 트럼프 행정부는 규제 완화로 정책 초점을 옮길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공화당은 2017년 1기 행정부 당시 마련된 감세안을 대부분 연장하는 세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아울러 팁과 사회보장 소득에 대한 세금을 없애는 새로운 감세안도 추진하고 있다. 관세전쟁에 매몰되기보다는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면서 다시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 회복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제드 엘러브룩 아르젠트캐피털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베센트 장관의 발언은 관세가 시장에 타격을 주고 있음을 인식하고 조속히 마무리하겠다는 신호”라며 “시장은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랠리를 보일 것이며, 향후 무역전쟁의 방향성에 대한 기대치도 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