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판결로 우리은행 전 직원 전모씨와 그의 동생은 앞서 확정된 횡령죄에 대한 형량(각각 징역 15년, 12년)에 더해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등으로 추가 형을 받게 됐다. 경제범죄에서 주된 범죄 외에도 그 과정에서 발생한 범죄수익 은닉, 문서위조 등이 별도의 범죄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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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는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직원으로 근무하던 2012년 3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업무상 보관 중이던 은행 소유 출자전환주식 및 금원 707억8028만원을 횡령했다. 그는 수표로 인출하거나 유한회사 명의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전씨 동생의 고교 후배이자 증권사 직원인 A씨는 전씨의 차명계좌 개설과 관리, 자금 운용에 관여했다. B씨는 A씨를 통해 계좌를 제공했고, C씨는 전씨 형제의 지인으로 수사 과정에서 변호사와 수임계약을 맺고 수임료를 대신 내주는 등 수사 및 재판 대응을 도왔다.
1심과 2심은 전씨에게 징역 4년,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 및 벌금 5000만원, 전씨 동생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B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및 80시간 사회봉사, 전씨 부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200시간 사회봉사, 전씨 동생 배우자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자금세탁 방지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유안타증권 법인에는 벌금 6000만원, C씨에게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전씨 형제가 “범죄수익은닉 혐의는 ‘실체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어 공소시효가 도과됐다”며 “사문서위조 등 혐의는 횡령 혐의의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불과해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피고인들과 검사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거나 포괄일죄, 공소시효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법률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범죄수익의 은닉 행위가 단순한 ‘불가벌적 사후행위’가 아니라 새로운 범죄를 구성한다는 하급심의 판단을 지지함으로써 경제범죄 수사와 처벌에 있어 중요한 선례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