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굶는데 어떻게 빵을…” ‘파바’ 불매 나선 시민들

임종린 파리바게뜨 지회장 단식 52일째
사회적 합의안 이행 촉구, 노조 탄압 중단 요구
SNS선 '동네빵집 챌린지'… "불매로 연대할 것"
"소비자들 '윤리적 소비' 움직임 나타난 것" 분석도
  • 등록 2022-05-18 오후 2:31:32

    수정 2022-05-18 오후 3:08:59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회사 근처 파리바게뜨에서 샐러드 등을 자주 사먹는 직장인 박모(30)씨는 최근 SPC 관련 뉴스를 보고 파리바게뜨에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박씨는 “누군가는 한 달 넘게 굶고 있는데 굳이 이 곳 제품을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들이 18일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파리바게뜨의 불법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권효중 기자)
SPC에 사회적 합의안 이행 촉구를 촉구하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임종린씨의 단식 농성이 50일째를 넘기고 있다. 단식이 길어지면서 최근엔 일부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SPC 브랜드 내 제품을 사지 않는, 불매 운동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작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이뤄졌다. 지난 9일 ‘옌’이라는 닉네임의 이용자가 ‘동네빵집_챌린지’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처음으로 제안했다. 그는 임 지회장의 사연을 공유하며 “SPC 불매와 더불어 동네 빵집을 자랑하기 위해 해시태그를 만들어 시작한다”고 적었다. 해당 게시물은 3000회 가까이 리트윗됐고, 다른 이용자들 역시 SPC 불매를 독려하며 전국 각지의 동네 빵집을 소개하는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불매 대상이 된 것은 파리바게뜨뿐만이 아니다.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넛, 파스쿠찌, 삼립, 샤니 등 다양한 SPC 소속 브랜드 로고를 모아 공유하는 게시물 역시 5000회 가량 리트윗되며 관심을 끌었다. 18일엔 파리바게뜨 시민대책위원회를 비롯해 70여개에 달하는 시민단체들이 공동행동에 나설 계획을 밝히며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여성민우회, 전국여성노동조합 등 여성단체들은 전체 제빵기사의 약 80%가 여성이며, 모성 보호 등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불매로 임씨 농성에 연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SPC 불매와 더불어 △전국 매장 앞 1인 시위와 인증샷 릴레이 △해피포인트 앱 탈퇴 △브랜드 해시태그 집중 행동 등을 제안했다. 이와 더불어 2018년 사회적 합의에 대한 ‘이행검증위원회’를 구성, 사회적 합의 이행 여부에 대한 확인을 위한 법률 전문가 등 참여자를 모집하겠다고 예고했다.

처음 ‘동네빵집 챌린지’를 시작한 옌 역시 여성환경연대를 통해 입장을 전했다. 그의 입장문을 대독한 조화하다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는 “SPC 불매는 회사의 윤리적 반성을 촉구하고, 함께 공존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라며 “소비자로서 문제의식을 갖고,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시민들이 SPC에 자발적으로 불매를 통해 의사를 표시하는 건 남양유업에 이어 ‘윤리적 소비’ 행동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단순한 ‘가치 소비’를 넘어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는 기업의 제품을 사지 않겠다고 ‘윤리적 소비’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며 “기업 경영이나 노동자 탄압 등을 윤리적 문제로 인식, 불매로 의사 표현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임종린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노조(화섬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은 지난 3월 28일부터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이다. 그는 자회사를 통한 직접고용, 급여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2018년 SPC의 사회적 합의안이 이행되지 않았고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단식을 시작했다. 18일은 임 지회장의 단식 52일째인 날로, 단식이 길어지면서 그의 건강 상태 역시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PC는 노조와 협상을 이어가고 있으며, 피해가 가맹점주에게 돌아갈 수 있음을 우려한다고 전했다. SPC 관계자는 “회사에서도 노무 부서를 통해 지속적으로 협상의 노력을 해왔다”며 “다만 불매 여파가 가맹점주나 민주노총 소속이 아닌 제빵기사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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