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없고, 식권도 주는데" 인하대 기숙사 건립 막아선 임대업자

학생 수요 대비 기숙사 태부족
인하대 내년 기숙사 신축 착공
총학생회 "주거편의 위해 필요"
업자 반대집회 "원룸 공실 늘어"
  • 등록 2024-10-14 오후 2:39:14

    수정 2024-10-14 오후 7:23:06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하대가 학생 주거편의를 개선하기 위해 기숙사를 신축하려는데 임대업자들이 반대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이 기숙사 신축을 요구하는 반면 임대업자는 반대 집회를 열어 양측의 갈등이 커질 전망이다.

14일 인하대 후문가 골목에 몰려 있는 원룸 건물들. (사진 = 이종일 기자)
14일 인하대 등에 따르면 인하대는 지난해 학생 요구 등을 반영해 기숙사(제4생활관) 신축 계획을 수립했다. 미추홀구 용현캠퍼스 9호관 주변에 연면적 3만3660㎡, 지하 1층~지상 15층 규모로 조성하려고 한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이 기숙사를 짓고 대학에 소유권을 넘기는 대신 30년 동안 운영한다. 신축 기숙사는 2인용 892호실과 장애인용 10호실 등 모두 902호실에 1794명 수용 규모이다. 학생이 2인용 방을 선호해 기숙사 구조를 2인용에 맞췄다. 2027년 3월 개관 목표로 내년 1월 착공할 방침이다. 현재 인하대는 기숙사 3곳 645호실을 운영 중이고 정원은 2406명이다. 645호실 중 4인용 방은 75.5%이고 2인용 방은 22.3%이다. 재학생 1만9131명 기준으로 기숙사 수용률은 12.6%이다. 전국 대학 평균 23.5%의 절반 수준이다. 인하대는 올해 기숙사 입주 평균 경쟁률이 1.6대 1(2인용 방은 3.5대 1)로 수요가 많다. 수요 충족을 위해 기숙사 신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기숙사 3곳에는 외국인 학생 376명(15.6%)이 입주해 있다. 외국인 교환학생과 수탁 운영 중인 해외 대학 학생(정책학생·학점 교류)은 우선 배정한다. 일반 유학생은 성적 기준으로 입주하고 국내 학생은 집~학교 거리와 성적 기준을 적용한다. 집이 먼 학생이 우선이기 때문에 서울·경기권 학생에게 불리하다. 학교 후문가에 다가구주택 원룸도 많지만 월세 부담이 크고 전·월세 사기 위험이 있어 학생은 기숙사를 선호한다. 풀옵션 원룸은 보증금 200만~300만원에 월 35만~50만원이고 기숙사는 보증금 없이 월 30만원 수준이다. 기숙사는 매일 구내식당 이용권을 1장씩 줘서 한 끼를 무료로 해결할 수 있다.

인하대 기숙사 건립반대위원회 회원들이 10일 인천시청 앞 광장에서 기숙사 건립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 인하대 기숙사 건립반대위원회 제공)
인하대 4학년 학생 김모씨(24)는 “월세 부담이 적어 기숙사에 입주했다”며 “식당 이용권을 줘서 원룸보다 좋다”고 말했다. 총학생회는 “학생들은 사기당할까 두려워 원룸을 피한다”며 “기숙사 신축을 통해 학생 주거편의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원룸 임대업자들은 기숙사 신축 시 후문가 원룸 공실이 늘어난다며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 임대업자 100여명은 지난 8일 인하대 기숙사 공청회에서 반발했고 10일 인천시청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임대업자와 상인 400여명으로 구성된 인하대 기숙사 건립반대위원회는 “최근 인하대 정문 쪽에 오피스텔 2000가구가 들어서 후문가 원룸 공실이 늘었다”며 “현재 공실 비율이 20%인데 기숙사까지 들어서면 원룸 임대가 더 힘들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주 인천시장 면담을 통해 기숙사를 짓지 못하게 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하대는 “기숙사 건립이 꼭 필요하다”며 “임대업자들과 대화를 통해 협의점을 찾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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