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위해 재정권, 입법법 등에 대한 대폭적인 지방 이양이 필요하고 실질적으로 개헌을 통해 ‘양원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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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19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6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이데일리-정책평가연구원(PERI) 스페셜 심포지엄’에서 첫번째 기조연설 주제 ‘저출생 시대의 지역정책’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우선 지역유출이나 저출생이 지방위기 본질이라는 데 의견이 모인다. 첫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영록 전라남도지사는 “전남은 합계출산율이 올해 1분기에 1.13명이라 전국에서 가장 합계출산율이 높은 지역이고 그만큼 인구증가에는 기여하고 있지만, 청년이 빠져나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남은 1990년대 250만명에 달하던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현재 178만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34년간 여수와 순천, 광양 인구를 모두 합한 규모인 70만명이 준 셈이다. 매년 8000여명의 청년이 빠져나는 게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국토 11.8% 면적인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거주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국 1위다. 지역내총생산(GRDP) 53%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100개 기업 본사 79%, 의료인력 57%가 수도권에 쏠려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지방정부 권한 확대를 통한 지역균형발전이 최우선돼야 한다고 봤다. 김 지사는 “수도권 중심 구조를 탈피해 지속가능한 지역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게 인구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며 “지방정부가 주도하고 중앙정부가 제도와 재정으로 뒷받침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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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현재 지방정부의 실질적인 권한이 미미하다는 점이다. 김 지사는 “해상풍력 발전기 1기가 요즘에는 15메가와트(MW)까지 가는데, 도지사는 3MW까지만 허가권이 있어 전남지사는 해상풍력 발전기 1기도 허가할 수 없다”면서 “지방산단(산업단지)도 국가산단과 제목만 다르지 모든 절차가 거의 똑같아 10년이 걸리는데, 이렇게 해서는 어떻게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이날 실질적인 지방정부 권한 확대나 저출생에 대응하기 위해 개헌과 국립대 공동학위제 도입, 독립기구 설치 등 파격적인 제안도 이어졌다. 김 지사는 “독일식 상원제도를 도입해 지방 이익을 대변하고 연방정부와 지방의 중재자 역할을 맡겨야 한다”며 “우리는 입법권, 행정권, 재정권 등 모든 업무가 중앙과 지방이 중첩돼 있어 책임이 모호하고 하기 싫은 일은 지방에 주로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전 시장은 △국립대 공동학위제 △광역 지방자치단체의 지역국가 수준 초강력화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 등 3대 균형 발전 정책을 새 정부에 제언했다. 그는 “국립대 공동학위제는 서울대와 지방거점국립대가 연합체제를 구축해 학생이 졸업할 때 10개 대학이 공동명의 학위를 수여하는 제도”라며 “입시는 공동선발기준에 의해 각 대학이 진행하되 이후 교육 과정에서는 강의 완전 개방, 학점 완전 교류, 교수 교류 등을 통해 대학간 경쟁과 협력을 북돋아주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방 소멸과 저출산’ 이 두 가지를 나란히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대담자로 나선 이용섭 전 광주시장은 “지방 소멸이 빠르게 진행 중이나 이것은 낮은 출산율 때문이 아니라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 때문”이라며 “지역 정책의 초점은 저출생이 아닌 지역 인구 유출 억제에 맞춰져야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도권은 비워서 살리고 지방은 채워서 실효성 있는 국가 균형발전을 통해 전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저출생 해결을 위해 가족 가치에 대한 인식 재고가 필요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지금 가족의 가치에 대한 절박함이 약해, 경제적으로 부담이 크다고 생각하는 경향만 크다”며 “가족에 대한 인식 자체도 혼인과 출산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