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범(汎)현대가 오너 3세인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처음으로 그룹 계열사 노동조합을 방문하며 소통 리더십 강화에 나섰다. 지난해 말 1년 만에 수석부회장으로 전격 승진한 그는 최근 미국 출장으로 트럼프 2기 미국과의 조선업 협력 강화에 나선 데 이어 이번 노조 방문으로 내부 소통까지 직접 챙기는 등 그룹 안팎에서 광폭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사진=HD현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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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업계 및 HD현대중공업 노조 소식지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15일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에 있는 노조 사무실을 찾아 한국 조선업 발전을 위한 노사 협력을 당부했다. HD현대중공업(329180)은 HD현대(267250)그룹의 핵심 조선 계열사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접어든 한국 조선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조 요청 기회를 잡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사 협력을 요청했다. 그는 “요즘 국내외에서 조선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사가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도 이에 화답하는 한편 향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서 노조의 요구를 반영해 줄 것을 촉구했다. 노조 측은 “정 부회장은 노사신뢰 구축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강조했고 백호선 지부장도 노사신뢰를 위해 힘쓰겠다고 화답했다”며 “정 수석부회장의 쉽지 않은 방문 결정에 고마운 마음을 표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방문은 정 수석부회장의 단독 행보로 눈길을 끈다. 그동안 노사가 만나는 자리에는 권오갑 HD현대 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이 주로 함께해 왔다. 앞서 지난해 9월 HD현대그룹으로 편입된 HD현대마린엔진(옛 STX중공업) 생산 현장을 방문했을 때도 권 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이 동행해 새 가족이 된 직원들을 격려한 바 있다. 지난 2023년에도 수감 중이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노조 전 지부장을 권오갑 회장이 면회했다.
재계에선 이번 방문을 두고 정 수석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이 임단협을 앞두고 개별적으로 노조를 방문해 노사 관계까지 직접 챙기는 모습”이라며 “최근에는 미국 방문으로 통상 대응에 나서는 등 승계 시계가 빨라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 그는 최근 트럼프 2기 급변하는 대외 환경 변화에도 직접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 6일에는 미국 국방부와 해군, 육군 등을 주요 고객으로 둔 미국 방산 AI 기업 팔란티어를 방문해 현지에서 협력 논의를 구체화하기도 했다.
한편 HD현대중공업 노사는 다음 달 상견례를 한 후 임단협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HD현대 주주총회에 참석해 노조를 동반 성장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것과 공정한 성과분배, HD현대의 사회적 책무이행 등을 요구했다.
 |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왼쪽 맨앞)이 지난 15일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사무실을 방문해 백호선 지부장(오른쪽 맨앞)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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