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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가격은 당초 하락할 것이란 전망과 달리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전통적인 안전자산이자 귀금속에 쓰이는 금과 달리 은은 수요의 80%가 산업용에서 발생한다.
시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과 태양광, 2차전지 배터리 등에 대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 축소 여파로 은에 대한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관측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전 세계 무역 상대국을 상대로 상호관세를 발표한 뒤 금 값만 나홀로 오르고 은, 주식, 석유 등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은 값은 이달 들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를 비롯한 산업체들이 은을 대거 구매하면서 가격 상승세를 이끈 덕분이다.
은 값 강세가 지속하자 오래된 은화와 은식기, 은괴를 팔아 현금화하려는 소비자들이 은 거래업체와 보석상으로 몰려들고 있다. 특히 1965년 이전 발행된 25센트짜리 은화는 귀한 몸이 됐다. 동전을 녹였을 때 은의 가치가 6.50달러가 넘어 동전을 사용하기보다 판매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은 구매자도 급증하는 모습이다. 뉴저지주 유니언시티에 있는 어니스트 코인샵의 안드레이 흐네치크 대표는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해 귀금속을 비축하려는 사람들이 늘며 매장 방문객이 20% 증가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은 가격 흐름을 보면 은 값 거품이 반드시 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격이 오른다 해도 1980년 기록한 온스당 48.70달러의 사상 최고가는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시장의 공통된 전망이다. 당시 허버트 헌트와 번커 헌트 형제가 차입을 통해 은을 대거 매수하며 가격을 조작했고, 은 가격은 11달러에서 폭등했다 폭락했다. 2011년에도 투기적 광풍으로 은 격이 47.99달러까지 치솟았으나 이때도 급등 직후 급락을 겪었다.
은 가격이 지금보다 더 비싸질 경우 제조업체들이 은을 더 저렴한 금속으로 대체하거나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점도 위험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렉 시어러 JP모건 금속 연구 책임자는 “무역 제한 조치와 미국 에너지 정책 변화에 앞서 특히 중국의 태양광 산업에서 수요가 앞당겨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올 하반기에는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