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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57분께 구속 피고인용 통로를 통해 법정에 입장했다. 짙은 남색 정장에 빨간 넥타이를 맸고, 머리를 가지런히 빗어 넘긴 차림이었다. 그는 플래시 세례 속에 굳은 표정으로 맞은편 검사석을 응시했고, 변호인과 귓속말을 나누기도 했다. 카메라가 퇴장한 직후에는 방청석을 보며 옅은 웃음을 띠기도 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지난 검찰 측 주신문에 이어 조성현 국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과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중령)에 대한 윤 전 대통령 측의 반대신문이 이뤄졌다.
오전에는 조 단장에 대한 반대신문이 먼저 진행됐다. 변호인 측은 비상계엄 당시 투입된 군의 병력과 장비만으로는 ‘국회의원을 국회에서 끌어내라’는 임무를 수행할 수 없었단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이 실제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활동을 금지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것이 아닌 ‘경고성 계엄’이란 점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조 단장과 변호인 측의 실랑이도 있었다. 변호인 측은 의원을 끌어내란 지시가 객관적으로 실행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점을 강조했지만, 조 단장은 “불가능한 지시를 왜 했는지 모르겠다”며 “군사작전적으로 할 지시입니까?”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조 단장은 변호인 측이 계속해서 투입 병력만으론 임무 수행이 불가능한 것 아니냐고 묻자 “시민들 안전 고려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까요”라고 되물으며 “열심히 수행했다면 시민, 부하들 다 다치는 상황인데 그게 정상적인 임무냐”고 반박했다.
조 단장은 변호인 측이 후임인 윤덕규 소령에게 임무 내용을 설명했다는 부분에 대해 검찰, 헌법재판소, 법정에서의 진술이 각각 다르다고 지적하자 “같은 질문을 계속하고 있다”며 재판부에 항의했다. 변호인 측은 조 단장에게 “윤덕규와 이 사건과 관련해 몇 번 논의를 했느냐”며 “위증 시 처벌받을 수 있다”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오후에는 김 대대장에 대한 변호인 신문이 이어졌다. 김 대대장은 지난 공판기일에서 증언과 마찬가지 취지로 “문짝을 부수고 유리창을 깨서라도 국회의원 끌어내라가 제 임무였다”고 진술했다. 다만 두 증인 모두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상급자로부터 받았지만 그 후 후속절차나 구금에 관한 지시사항을 받은 것은 없었고, 출동한 예하부대가 폭동에 준하는 행동을 한 사실도 없다고 증언했다.
김 대대장은 이어 “과거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것”이라며 “지난 12월 3일에 받은 임무는 제가 어떻게 하겠냐. 아무 일도 하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군이 더 이상 정치적 수단에 이용당하지 않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26일 내란 수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후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지난달 8일 석방됐고,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자연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3차 공판기일은 오는 5월 12일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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