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불법 대통령’이라며 대화 상대에서 배제해 양국 정상 간 직접 대화는 사실상 단절된 상태였는데 미국 중재로 휴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전향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민간인 공격 중단을 위한 어떠한 논의에도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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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항상 평화 이니셔티브에 긍정적인 입장을 가져왔다”며 “키이우(우크라이나) 정권 대표도 역시 같은 생각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우크라이나에서 자신과 대화할 새 대통령을 뽑기 위해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우크라이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가 작년 5월 종료됐지만 전시 계엄령을 이유로 선거를 무기한 연기했다.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축출한 뒤 우크라이나에 친러시아 정권을 수립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제안에 직접적으로 답하지는 않았으나 수용의 뜻을 내비쳤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야간 영상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는 최소한의 민간인 표적에 대한 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제안을 유지하고 있다. 모스크바(러시아)로부터 명확한 답변을 기대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모든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을 위한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양측에 평화 진전이 없을 경우 중재에서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양측 모두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러시아는 여전히 우크라이나가 자국이 병합을 선언한 영토 전부를 포기하고, 완전한 중립국이 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는 사실상 항복이며, 러시아의 재침공에 무방비 상태로 남는 것을 의미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 고위 대표단은 오는 23일 영국 런던을 방문해 미국·영국·프랑스와 협상을 이어간다. 앞서 파리에서 열린 회담의 연장선으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전한 미국 측 종전 제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런던 협상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조건 없는 휴전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를 끌어내는 것”이라며 “이것이 모든 논의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