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미국이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제거하는 초강수를 뒀음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거절하지 못하는 사정이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이 4일 보도했다. 시 주석의 반부패 정책 보도로 ‘본·우에다 기념 국제기자상’을 수상한 중국 전문 기자 나카자와 가쓰지 편집위원(전 중국 총국장)이 시진핑 정권 심층 분석 고정 코너 ‘시진핑 정권 워치’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 |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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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말 국빈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다.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지고 일정도 크게 짧아진 ‘3월 31일~4월 2일’이다. 일정 단축의 배경엔 이란 군사 작전 시나리오를 감안해 워싱턴을 비우는 시간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니혼게이자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올해 두 차례 연속 군사 행동(1월 베네수엘라, 2월 이란)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베네수엘라와 이란은 모두 중국의 핵심 원유 공급국이다. 이 두 나라에 대한 군사적 압박이 중국의 에너지 안보를 직접 흔드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석유의 약 70%를 수입에 의존한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에게 이란은 미국 주도의 제재를 피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원유를 공급받을 수 있는 생명줄이다. 트럼프가 이 공급선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을 베네수엘라에서 이미 증명했다.
시 주석이 하메네이 제거라는 충격적 사태에도 트럼프 방중을 수용하는 배경엔 중국 내부 사정도 있다. 부동산 부채 위기, 기업 실적 악화, 청년 실업 등 경제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미국 대기업 수장들을 이끈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 취소되면 중국 경제에 대한 국내외 시각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군 최고위 인사인 장유샤의 갑작스러운 낙마로 드러난 인민해방군 내부 균열도 시 주석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2월 28일 미국의 이란 공격 이후 미국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지목해 비난하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왕이 외교부장도 마찬가지다. 미중 정상회담을 지키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의 지네브 리브라 연구원은 “이란 문제는 모든 것이 중국에 관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아 미국 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시켜 미국이 인도·태평양에 집중하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트럼프의 속내라는 해석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역사적 우연도 짚었다. 미중 수교가 이뤄진 1979년 1월, 이란 이슬람혁명도 같은 달 발생했다. 그리고 10년 뒤인 1989년 6월 4일, 호메이니 사망이 발표된 날과 천안문 사태가 같은 날 겹쳤다. 이란·중국·미국이 한 신문 1면에 나란히 실린 날이었다. 이번 하메네이 제거 역시 세 나라가 다시 얽히는 현대사의 반복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2029년 1월까지 시진핑 주석이 대만·서태평양에서 모험적 군사 행동에 나서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것이 방중의 목적 중 하나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다만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장기화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 측 사정으로 방중이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