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영국의 프리미엄 베이베웨어 브랜드 ‘모리’가 유아 용품계 미니 아마존으로 통하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 ‘키들리’를 인수했다. 브랜드 정체성을 중시하는 영국의 로컬 브랜드가 플랫폼을 인수해 외형을 확장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단일 브랜드로는 급변하는 트렌드를 따라가기도, 아마존과 월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과 경쟁하기에도 어렵다고 보고 과감한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보인다.
 | (사진=구글 이미지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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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현지 업계에 따르면 영국의 프리미엄 베이비웨어 브랜드 모리는 최근 온라인 유아용품 플랫폼 키들리를 인수했다. 인수가를 비롯한 세부 정보는 비공개지만, 현지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키들리의 누적 투자금과 시장 내 입지를 고려할 때 인수가가 약 1000만파운드(약 192억원)를 맴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리는 지난 2015년 런던에 설립된 프리미엄 베이비웨어 브랜드다. 회사는 유기농 소재와 친환경적인 생산 방식을 채택하면서 ‘지속가능한 영유아 패션 브랜드’로 패션업계 주목을 받았다. 회사는 올해 ‘드레이퍼스 컨셔스 패션 어워즈’의 후보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해당 어워즈는 영국 패션 업계에서 지속가능성과 윤리적 비즈니스 관행을 실천하는 브랜드를 선정해 시상하는 권위있는 행사다.
모리가 품은 키들리는 영국에서 유아 용품계 미니 아마존으로 통하는 온라인 유아용품 플랫폼이다. 키들리는 프리미엄 유아 브랜드를 큐레이션하는 동시에 자체 브랜드 상품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대표 제품군으로는 2~5세 아동을 위한 신발과 데이웨어, 아우터, 수영복이 있다.
모리는 이번 인수 거래로 단일 브랜드에서 플랫폼으로 무대를 키우면서 경쟁력을 강화하게 됐다. 제품 라인업 확대 외에도 유통망 확보를 통한 수익 강화, 고객 데이터 통합 관리를 통한 맞춤형 마케팅 등을 두루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이번 인수는 특히나 글로벌 유아용품 시장에서 아마존, 월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가격 경쟁력과 물류 인프라, 고객 데이터 분석 능력 등을 앞세워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모리는 단일 브랜드만으로 글로벌 대기업과 경쟁하기 어렵다고 보고 이번 인수·합병(M&A)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단일 브랜드는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한계가 있어 이를 활용한 맞춤형 마케팅과 제품 개발이 어렵다. 또 단일 브랜드는 자사몰보다도 백화점 플랫폼과 오프라인 매장에 의존하기 때문에 중간 유통으로 발생하는 수수료 규모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현지 자본시장에서는 모리의 이번 M&A를 두고 ‘영국 로컬 브랜드의 생존 전략이 크게 변화했다는 증거’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현지 업계 한 관계자는 “영국의 로컬 브랜드들은 브랜드 역사와 정체성을 지킨다는 이유에서 제 살을 깎아가면서 버텨왔다”며 “온라인 소비 패턴이 자리 잡은 지금은 버티면 파산하거나 매각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곳간에 여유자금이 있는 로컬 브랜드들은 이러한 과거 사례를 교훈 삼아 M&A나 전략적 제휴로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모리는 키들리의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모리 측은 “통합된 고객 데이터와 운영 역량을 기반으로 영국 내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며 “이와 동시에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