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GPT 성큼…트릴리온랩스, 국내 최초 ‘700억 파라미터’ AI모델 공개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초지능 AI 스타트업 트릴리온랩스(대표 신재민)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700억(70B) 파라미터 규모의 초거대 언어모델(LLM) ‘트리(Tri)-70B’를 공개했다.

이는 프롬스크래치(from scratch) 방식으로 개발된 한국 최대 규모 모델로, 사후 학습(finetuning)을 최소화한 베이스 모델 형태로 제공돼 연구자와 기업들이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징하고 활용할 수 있는 개방형 리소스로 주목된다.

이 회사는 구현모 KAIST 시스템공학과 겸임교수(전 KT 대표)가 칭찬한 회사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한국인 대표가 창업했다. 지난 6월 구 교수는 “지금 국내에서는 LG의 ‘엑사원’이 가장 앞서 있지만, 트릴리온랩스는 700억 파라미터 모델에서 머지않아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개발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이어 “트릴리온랩스는 단순히 기술력이 뛰어난 것을 넘어 혁신의 에너지가 다르다. 빠르면 1년 반, 늦어도 2년 안에는 중국의 딥시크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칭찬했다.

“오픈소스 먼스” 선포, 전 라인업 Apache 2.0 공개

트릴리온랩스는 이번 공개와 함께 ‘오픈소스 먼스(Open Source Month)’를 선언하고, 0.5B·1.8B·7B·70B 모델 전 라인업을 Apache 2.0 라이선스로 개방했다.

이는 학계는 물론 산업계에서도 상업적 활용이 가능한 가장 개방적인 형태다.

특히 이번에는 최종 모델뿐 아니라 훈련 과정에서 생성된 중간 체크포인트(Intermediate Checkpoint)까지 전면 공개했다.

이는 글로벌 차원에서 세 번째, 국내에서는 최초 시도로, 연구 재현성과 학습 다이내믹스 분석을 가능케 하며 AI 연구 투명성의 새 표준을 제시했다.

글로벌 활용성 확대… 번역·실시간 검색 특화 모델도 포함

이번 공개에는 다국어 번역 특화 모델과 실시간 검색(Search) 특화 모델도 포함됐다.

특히 검색 모델은 덕덕고(DuckDuckGo) 같은 검색 엔진과 연동해 최신 정보를 실시간 반영할 수 있어, LLM이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활용하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신재민 대표는 “훈련 과정과 핵심 기법까지 공개해 글로벌 AI 생태계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면서 “이번 도전은 국내 AI 기업들이 개방적 연구 문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트릴리온랩스, 한국 AI 생태계 판 흔들다

2024년 8월 설립된 트릴리온랩스는 한국어 중심 LLM을 독자 설계하고 프롬스크래치 학습을 진행해온 유일 스타트업이다.

카이스트, 옥스퍼드, 버클리, 아마존, 네이버 출신 연구진이 모여 있으며, 2024년 9월 약 90억 원 규모의 프리-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2025년 3월에는 트릴리온-7B 프리뷰, 7월에는 트리-21B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번 70B 모델 공개로 트릴리온랩스는 한국 AI 연구개발 생태계의 새로운 분기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