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재계 등에 따르면 오는 30일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을 앞두고 선제 대응에 나선 기업으로는 LG그룹이 대표적이다. LG는 최근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건설·건물관리 계열사 지분을 매각했다. LG 계열사인 S&I코퍼레이션은 자회사 S&I건설 지분 60%를 GS건설 자회사 지에프에스에 매각하고, 건물관리 자회사인 S&I엣스퍼트 지분 60%를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맥쿼리자산운용에 팔기로 했다.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은 상장사·비상장사 모두 총수일가 지분율 20% 이상인 기업과 이들 회사가 5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다. 2015년 일감몰아주기 규제 시행 이후 일부 기업들이 총수일가 지분율을 29.99%(30% 이상 규제)로 맞추는 등 규제망을 회피하는 사례가 나타나자 보다 규제망을 강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규제대상 기업은 265곳에서 709곳까지 늘어난다.
LG그룹은 총수 구광모 회장이 최대주주인 ㈜LG를 통해 S&I코퍼레이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 개정 공정거래법이 시행되면 S&I코퍼레이션이 공정위 규제망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 이를 고려해 LG그룹은 선제적으로 지분을 파는 등 일감몰아주기 의혹 해소에 나선 것이다.
신규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지분율 규제도 강화되지만, 포스코 외에는 지주회사 전환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현행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은 상장은 20%, 비상장은 40%인데 각각 30%, 50%로 상향되는 터라 지주회사 전환에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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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그룹 한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처음 도입됐을 때와 달리 기업들이 컴플라이언스 제도를 보다 강화하고 거래방식을 바꿨다”면서 “공정위에서는 총수일가 지분 매각을 원하겠지만, 전체 지배구조 개편 차원에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내년 경영환경이 더욱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규제 일변도 방식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업마다 사정을 고려해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고, 필요하다면 세제 인센티브 등을 강화해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지배구조 및 사업재편에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기업들이 사업 효율성을 위해 물적분할을 해 자회사를 두기도 하는데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확대 적용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서 “단순히 규제 일변도 방식을 떠나 기업들과 수시로 대화하면서 자율적으로 개편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