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선 한국금융학회 회장(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은 19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대내외적 경제 어려움이 가중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1% 안팎에 그칠 것이다”고 전망했다.
곽노선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은 빨리 끝내고 손을 터는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논란의 중심에 서서 계속 이슈화 하기를 원한다”며 “미국 트럼프 정부 내내 무역 관련 불확실성이 이어져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선 어려운 시기가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우울한 경제 전망 속에서도 은행은 매해 ‘역대급 성과’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은행권을 향한 상생금융 요구 목소리도 커진다. 그러나 곽 회장은 “금융은 위험을 관리하면서 성공 가능성 있는 사업에 자원이 가도록 배분하는 역할이다”며 “그 본연의 임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구체적으로는 그간 언급했던 은행권의 기금 출연 등 직접 지원이 아닌, 기업의 혁신 사업에 자금이 흘러갈 수 있는 위험가중치 조정 등의 방식을 제안했다. 이 연장선에서 곽 학회장은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등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에 몰두하기보다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뛰어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은행이) 수익이 많이 났다면 그걸 미래를 준비하는 데에 쓸 수 있도록 유도해볼 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선 정부도 규제 일변도로 가지 말고 은행이 자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 정책 당국은 모든 것을 계획하고 그에 흘러가도록 하는 것 같다”며 “은행이 경기에 따라, 시장에 따라 위험을 감수하며 자산을 운용하는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짚었다.
|
△현재 굉장히 어렵다. 예상했던 어려움과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모두 생겼다. 예상했던 어려움은 우리나라 내부적으로 구조적 변화가 계속돼왔다는 점이다. 선진국형으로 성숙해 가는 과정에서 잠재성장률 하락이 진행되고 있다. 인구 구조도 변화해 ‘투입 중심’ 구조는 한계에 부딪혔다. 앞으로는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예상치 못한 사건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다. 이게 전 세계적 무역 환경을 완전히 바꿔놓을 가능성이 있는데 아직도 그 영향이 불확실하다. 또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 정국까지 불확실성이 커졌다. 그 상황에서 소비와 투자가 모두 둔화했다. 경제성장률도 1% 안팎 정도이지 않을까 전망한다. 원래도 어려웠을 시기이니 인내심을 갖고 앞으로의 변화에 잘 대응하도록 제도적·정책적인 부분을 갖춰나가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이 이슈의 중심에 있기를 원하는 사람이다. 협상이 길어질 것이라 본다. 우리나라와의 협상이 끝난다고 해도 다른 나라와의 관계가 있지 않나. 그러다 보니 세계 무역 환경이 안정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한다.
-은행 ‘역대급 이익’에 대해 비판도 있고, 상생금융 요구도 많다
△은행이 돈을 많이 벌면 ‘돈 장사로 많이 남겼네’라며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근데 기본적으로 금리가 높으면 예대마진이 확대하는 경향이 있고, 금리가 낮으면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보면 금리가 낮을 때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손익에 대해 정부가 방향을 지시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은행은 공공성과 포용성이 있어야 한다. 그걸 다른 측면으로 발휘하면 어떨까 싶다. 은행이 수익을 많이 냈다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며 기금 출연이나 기부를 압박하는 것보다 기업의 혁신 산업에 자금이 융통돼 우리나라가 새로운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다면 그게 금융기관이 하는 일 중 제일 중요한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은행은 주택담보대출 비중만 키운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얘기가 또 나왔다
△수십 년째 듣고 있다. 그러나 옛날에 금융감독위원회 시절에도 문제가 있다고 얘기가 있었고, 지금 구조도 문제라고 한다. 돌이켜보면 구조 개편보다는 운영상의 문제가 중요해 보인다. 금융감독은 정부 정책과 같이 가는 게 당연하다. 운용의 묘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곽노선 한국금융학회 회장은
△1963년생 △서대전고 졸업 △서울대 경제학 학사·석사 △ 미 로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서강대 경제학과 정교수 △한국금융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