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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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이행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앞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재판에서는 블랙리스트 실행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공모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
김 전 장관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2015년 1월 9일 박 전 대통령 대면보고 당시 ‘영화 제작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이 나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데. 정치편향 영화에 지원하면 안 된다. 문체부에서 잘 관리해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편향’이라고 하신 말씀을 정황으로 봤을 때 ‘진보좌파의 작품 때문에 걱정돼서 그러시는구나’라고 이해했다”고 부연했다.
김 전 국장은 대면보고 이틀 후인 1월 11일엔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으로부터 ‘박 전 대통령이 향후 있을 문체부 예술지원과 관련해 건전콘텐츠를 철저히 이행하라고 지시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아울러 노태강 전 체육국장(현 2차관)의 사직 강요와 관련해서도 김 전 수석으로부터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수석의 지시를 받고 노 전 국장을 국민체육진흥공단 사무국장으로 보내겠다고 보고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를 듣고 ‘누가 그렇게 하라고 했느냐’고 했다는 김 전 수석의 말을 듣고 다시 알아봤다”고 증언했다.
앞서 블랙리스트 재판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황병헌)는 박 전 대통령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실행 관련 공모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좌편향된 문화예술계 시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청와대 내에 ‘좌파 배제, 우파 지원’ 기조가 형성됐고 △ 문화예술계 지원사업 배제 관련 문체부 보고서를 직·간접적으로 보고 받았으며 △교육문화수석이나 문체부 장관에게 이와 관련된 지시를 내린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좌파 지원 축소, 우파 지원 확대’ 표방 자체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고, 대통령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는데다 ‘지원 배제’ 관련 지시 자체도 구체적인 범행 계획 지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한승마협회 감사 결과에 대한 불만으로 노 전 국장의 사직을 지시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와 별도로 문체부 1급 인사들에 대한 사직 강요와 관련해 “법적으로 1급 공무원은 신분 보장 대상에서 제외되고 사직 강요 당시 재량권 일탈이 있었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며 김 전 실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