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20년 유통진단]①거리로 내몰린 가장들…가맹점 전성시대 열었지만

국내 프랜차이즈산업 IMF 계기로 급속도로 성장
대기업 명퇴자 쏟아져나오며 창업 붐 일어
100조원 규모 성장했지만 최근 '갑질논란' 등으로 물의
업계 자정실천안 내놓으며 체질개선 시도
  • 등록 2017-11-21 오후 3:12:53

    수정 2017-11-21 오후 3:12:53

IMF 당시인 1997년부터 IMF를 졸업한 2001년까지 치킨 프랜차이즈 BBQ의 로고 변천.(사진=BBQ 홈페이지)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지금의 경제 위기에 떨고만 있을 게 아니라 위기 속에 감춰진 기회에 주목해야 합니다.”

1997년 11월 외환위기가 시작됐다. 초유의 국가부도 사태 앞에서 대한민국 경제는 마치 거대한 파도 앞의 돗단배인 양 위태로웠다. 기업들이 연이어 부도가 나고 외국 기업으로 팔려나갔다. 이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의 종신고용도 무너졌다. 명예퇴직, 대량해고 등이 신문 1면에 등장했다.

당시 40대 초반이었던 윤홍근 제네시스BBQ그룹 회장은 1995년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치킨 프랜차이즈인 BBQ를 창업했다. 창업 6개월 만에 100호점을 돌파했지만 IMF 구제금융은 실상 커다란 위기였다. 환율 폭등으로 닭에게 먹이는 수입 사료 값과 닭을 튀기는 기름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위축 등의 삼중고를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2년 동안 함께 성장해온 BBQ 가맹점들도 동요했다. 윤 회장은 가맹점주들에게 직접 편지를 써서 호소했다.

“쇠고기, 돼지고기를 먹던 소비자들이 그보다 값싼 닭고기를 선택할 것이고 한번 맛 들인 식습관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우리 고객을 더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20년 전에 일어났던 IMF 사태는 윤 회장의 예상대로 프랜차이즈 업계가 성장하는 데 위기이자 기회가 됐다. 원재료 수입 비용은 늘어났지만 소비문화는 기존의 과시형에서 실속형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여기에 대기업에서 명예퇴직을 한 40·50대 가장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창업 붐이 일어났다. 특히 기술이 없어도 창업자금만 있으면 가게 사장님이 될 수 있는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윤 회장은 1998년 TV광고를 재개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소비자뿐만 아니라 40~50대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가맹점 확대에 전력을 쏟았다. 그 결과 1998년 말 650여 개였던 BBQ 점포는 1999년 10월말 1000호점까지 늘었다. 이 과정에서 BBQ 외에도 다양한 외식 프랜차이즈들이 생겨나며 퇴직자들의 창업을 유도했다. 3400여 개 가맹점을 보유해 국내 최대 프랜차이즈로 꼽히는 SPC의 파리바게뜨도 IMF 이후 대기업 퇴직자들의 가맹점 계약이 몰리면서 비약적으로 세를 불려나갔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5000여개, 가맹점은 22만개에 달한다. 산업 규모는 100조원이며 종사자수도 124만명에 이를 정도로 프랜차이즈 산업은 국내 내수기반 산업으로 위상을 굳혔다.

프랜차이즈 산업이 자리 잡은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20년 전 IMF라는 국가 부도 사태가 있었다. 프랜차이즈 산업은 IMF로 내수산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과 경기활성화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20년 동안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부정적인 모습도 적지 않았다.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 성장에 공헌한 BBQ는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이른바 가맹점주에게 ‘갑질’을 해 이익을 편취했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이 외에도 여러 프랜차이즈 가맹본사가 창업주의 부도덕한 행위 등으로 사회적인 지탄을 받았다. 파리바게뜨는 제빵기사 고용문제로 고용노동부와 대척점에 섰다. 프랜차이즈 산업에 또다시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이에 대해 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회장은 “최근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위기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맞지 않은 변형된 시스템으로 발전한 한국형 프랜차이즈가 한계에 부딪히면서 겪는 성장통”이라며 “최근 프랜차이즈 혁신위원회가 내놓은 자정실천안을 최대한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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