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서 총기 훈련…美도 지방대 위기에 지역경제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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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학 중심 성장해온 소도시들 경기침체 '늪'
대학도시 몰락…WSJ "新러스트벨트' 조용히 확산"
명문 주립대 인기, 지방대 쇠퇴…대학간 양극화↑
  • 등록 2025-05-20 오후 2:32:11

    수정 2025-05-20 오후 2:41:11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벼랑 위기에 몰린 지방대의 정원 미달로 지방 소멸 위기로 이어지는 상황은 한국만이 겪고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미국에서도 지역 주립대를 중심으로 성장한 도시가 몰락하면서 경제 침체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을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중 조명했다.

한적한 모습의 대학 캠퍼스 이미지(사진=그록3 이미지 생성)


미국 일리노이주 시골 도시인 매콤(Macomb)에 있는 웨스턴일리노이대학교 캠퍼스, 한때 800명의 학생이 살던 기숙사가 이젠 경찰의 총기 난사 대응 훈련장으로 변했다. 학생들이 거주했던 기숙사 내부는 이젠 뒤집어진 가구와 고무탄, 페인트볼 탄피가 어지럽게 널려 있다. 주변 다른 기숙사들은 이미 철거돼 잡초만 무성한 공터로 남았고 또 다른 기숙사 건물도 올여름 폐쇄를 앞두고 있다. 28년간 캠퍼스 경찰로 일한 칼립 맥그루더는 “도시가 죽어가는 걸 지켜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매콤은 현재 미국에서 조용히 확산하고 있는 ‘신(新) 러스트벨트(Rust Belt·산업 쇠퇴지역)’ 현상의 한복판에 있다. 미국 전역의 공립 대학들이 등록자 수 감소로 흔들리면서 대학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소도시들 역시 경제 침체의 늪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 지방 주립대의 등록률 하락이 두드러진 가운데 오는 2026년부터는 고교 졸업생 수 자체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명문 주립대들은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시간대, 위스콘신대, 플로리다대 등은 학생들로 붐비며 지역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그러나 웨스턴일리노이대와 같은 지역 주립대는 빠르게 쇠퇴하고 있다. WSJ이 미국 748개 공립 4년제 대학을 분석한 결과 2023년 기준 주요 주립대의 등록자는 2015년 대비 9% 증가한 반면, 지역 주립대는 2% 감소했다. 수만 명의 학생이 지방 소도시를 떠나고 있는 셈이다.

웨스턴일리노이대의 학생 수는 2010년 1만377명에서 2023년에는 5511명으로 무려 47% 줄었다. 같은 기간 도시 인구도 23% 줄어 1만4765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근 카페 설리번 테일러 커피하우스는 학기 중에도 손님이 거의 없다. 브랜든 톰슨 카페 운영자는 퇴직연금을 깨고 신용카드 한도를 다 채우며 가게를 유지 중이지만, 파산 신청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이제 뼈만 남았다”고 토로했다.

교수진도 줄고 있다. 11년간 38% 감원됐다. 여성학 교수로 일하던 홀리 스토벌은 2017년 해고 이후 헬스장과 가사도우미를 해지하고, 장도 저렴한 식료품점에도 보게 됐다. 그는 “주변 식당들이 다 문을 닫아 외식을 줄일 걱정은 안 해도 됐다”고 말했다.

웨스턴일리노이대도 과거 영광을 누렸던 시절도 있었다. 1970년대까지 베이비붐 세대의 대학 진학으로 한때 ‘붐타운’이라 불릴 만큼 번성했다. 당시 등록자 수는 1만5469명에 달했고, 도시는 학생 소비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후 출산율 감소와 제조업 일자리 감소가 겹치며 점점 하락세를 탔다.

여기에 2015~2017년 일리노이 주정부의 예산 교착으로 인한 국공립대 재정 동결은 쇠락의 결정타가 됐다. 학교 측은 수업료를 인상했지만, 이는 다시 학생 유치를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농업경제학과 졸업생 타이 케니는 “교수 수가 줄어 강의가 포화 상태”라고 말했다. 28년간 도서관에서 일하다 최근 해고된 크리스타 샤프 교수는 “한 번의 위기가 아니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난”이라고 토로했다. 빙수 가게를 운영하는 앤 토머스는 “집을 팔고 임대주택으로 옮길 계획”이라며 “예전엔 남편이 꽤 안정적인 직업(음대 교수)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불안이 도시를 감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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