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보경 기자] 이재명 정부가 마땅한 부동산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가 노무현 정부 때부터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면서 서민 경제가 더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땜질식 대책이 아니라 근본적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25일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강당에서 토지주택위원회 위원들이 정권별 아파트 시세 분석 발표 기자회견을 하며 이재명 정부의 집값잡는 정책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노무현 정부부터 윤석열 정부까지 22년 동안의 서울 아파트 가격과 정책을 분석한 결과, 서울 30평형 아파트의 평균 시세는 2003년 3억원에서 2025년 12억 8000만 원으로 4.3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5일 밝혔다. 순전히 임금만으로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사는 데 걸리는 시간이 16년에서 32년으로 늘어났다고 계산했다. 아울러 같은 기간 동안 강남과 비강남의 집값 격차는 2억 6000만 원에서 22억 원으로 10배 가까이 벌어졌다.
경실련은 이 같은 폭등의 원인으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꼽았다. 부동산 가격은 전임 정부의 정책도 영향을 미치는 데다, 거시경제를 고려해야 해서 까다로운데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특히 문재인 정부가 일관성 있는 처방을 내리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2022년경 발생한 대규모 전세사기도 정부 정책 실패의 산물이라고 강조했다. 전세자금대출 확대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같은 제도가 표면적으로는 서민 보호 정책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임대인(갭투자자)이 무자본으로 투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것이다. 장석호 공인중개사는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대규모 전세사기는 정책이 임대인의 무리한 투기를 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실련은 이재명 정부 역시 부동산 가격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했다. 조정흔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은 강남·서초·송파 등 주요 지역에서 고가 아파트를 대출과 신용으로 사들이는 투기적 수요가 늘고 있다며 “이 분위기를 바꾸지 않으면 이재명 정부도 큰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대선 전 내놓은 주택 공급 확대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택수 국장은 “지금처럼 공급을 민간 사업자에게 맡기면 돈벌이를 위한 공급일 뿐, 서민 주거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공공택지를 민간에 넘기지 말고 정부가 직접 개발해 저렴한 공공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실련은 △후분양제 도입으로 투기적 공급 차단 △종부세·보유세를 다시 강화해 공평 과세 실현 △가계대출 즉각 점검, 금융 규제 강화로 투기 수요 억제 △서민 보호 명목의 잘못된 대출·보증 정책 전면 재검토 등 정책을 제시하며 국가 주도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고 말한 게 좋지 않은 신호를 주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상황을 빨리 인지하고 (의견이) 어떤 형태로든 전달될 수 있도록 대책을 내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