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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반도체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암울하다. 당장 삼성 반도체(DS) 부문과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수조원대의 적자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낮아진 메모리 반도체 가격 반등 시점이 계속 미뤄지고 있어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50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4%가량 쪼그라들 전망이다. 다올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680억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가장 큰 원인은 DS 부문이 4조원대 안팎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DS부문 영업이익은 2700억원으로 97%나 감소한 바 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영업손실 전망치는 3조4864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고 직전 분기 1조70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한 데 비해서도 두 배가량 적자폭이 늘었다. 일각에선 SK하이닉스 역시 최대 4조원대 영업손실을 볼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이어 메모리 3위인 미국 마이크론 역시 28일(현지시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사상 최대 규모인 총 23억10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해 3분기(3~5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0% 줄어든 35억~39억 달러(약 4조5500억~5조600억원)로 전망했다.
역대급 적자에도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경영 전략은 엇갈리는 모습이다. ‘감산은 없다’는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추가 감산 없이 수익성 효율화를 목표로 삼겠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깊은 불황에도 ‘노(NO) 감산’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은 “올해 글로벌 경제가 좋지 않지만 이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장기적 계획과 철저한 준비로 실행하겠다”며 인위적 감산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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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감산 기조를 이어가는 SK하이닉스는 업황을 주시하는 가운데 현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추가 감산 여부에 대해서는 “안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지난해 레거시(성숙)공정 제품과 수익성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웨이퍼 투입량을 축소했다. 대신 SK하이닉스는 고용량·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서서히 복구하겠단 방침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이날 “DDR5를 비롯한 첨단제품 일부 수요가 타이트한 부분이 있다”며 공장 가동률이 점차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설투자 규모는 절반 이상 줄였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올해 설비투자 지출을 지난해(19조원) 규모에서 50% 이상 줄인 한자릿수(조원) 규모로 제시했다. 대신 설비투자 전략을 새로이 정립해 매출 대비 투자 규모를 제한해 수익성 확보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전문가들 “경제 불안에 메모리 업황 반등기 길어져도…장기적으론 투자가 답”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부터 길게는 내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업황 침체기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이 전 분기 대비 10~15%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미 1분기 D램 가격이 20% 하락한 상태에서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최병덕 성균관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워낙 내려간 상황”이라며 “데이터센터 등의 채용량이 높지만 경기 침체로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거시경제 영향을 받는 데다 경기를 타는 메모리 특성을 고려하면 반등기가 이르게 찾아오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범진욱 서강대학교 교수는 “코로나19 시기에 이미 많은 시설투자가 이뤄졌고 최근 SVB 사태 등으로 경제 불안 요소가 생기면서 IT 기업들도 투자를 꺼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돌아올 업턴(시장 반등)을 고려했을 때 투자를 줄일 수는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반도체 투자를 줄이거나 멈추지 않는다면 다음 기회가 올 때 우리가 확실한 1위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범진욱 교수도 “반도체 불황기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던 국내 반도체 역사를 보면 그동안 성공해 왔다”며 “투자가 더 큰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