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금융당국이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을 담당할 ‘배드뱅크’ 설립에 속도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이 나눠 부담해야 할 출연금 4000억원의 구체적 분담 비율이 정해지지 않았다. 금융위원회는 ‘팔 비틀기’라는 비판을 인식한 듯 업권 자율 결정에 맡겼지만 오히려 큰 틀의 가이드라인은 정하지 않아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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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 생명·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 업권별 협회는 배드뱅크 출연금 분담 비율을 놓고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구체적인 결론을 내놓지 못했다. 당장 예정된 회의도 없어 출연금 분담 비율은 아직 ‘미지수’로 남아 있다.
정부는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을 위해 약 800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고 이중 4000억원은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남은 4000억원은 금융권 출연금을 통해 마련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역대급 이익’을 낸 은행업권이 3500억원 가량을 분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나머지 금액은 카드·보험·대부업권 등이 나눠서 부담해야 하는데 이견을 좁히기 쉽지 않다.
수익성이 악화한 카드업계는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분담금을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부실채권 발행 주체가 아닌 만큼 분담금을 내는 것에 대한 불만도 감지된다. 저축은행업권 역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에 몰두하고 있어 분담금을 낼 여력이 크지 않다. 대부업권은 자신들이 채권가액의 20~30% 수준에 매입해 온 부실채권을 ‘헐값’에 되팔아야 할 뿐만 아니라 분담금까지 내야 하는 이중고에 빠져 있다.
업권 간 이견이 큰 상황에 금융위원회는 우선 업권 간 자율 협약이 먼저라고 강조한다. 업권에서는 “차라리 기준을 정해달라”며 답답해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자율 협약에 맡겨놓으면 어느 업권이 분담금을 내고 싶어 하겠냐”며 “말도 안 되는 조치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분담금 비율을 설정할 주요 기준을 금융위가 만들어서 제시해주면 속도가 날 것 같은데 아직은 어떤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