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을 결혼식을 준비했던 김지은(31)씨는 최근 비수기인 12월로 결혼식을 미뤘다. 물가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큰 폭으로 늘어서다. 김씨는 “코로나19 땐 하객 수 제한 때문에 미뤘는데, 이젠 날이 좋을 때 하고 싶어도 너무 비싸서 겨울로 미뤘다”며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부터 꽃값까지 오르지 않은 게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고물가 행진에 결혼식 비용이 크게 뛰어서다. 30일 이데일리가 방문한 서울 지역 예식장 대부분은 홀 사용료를 전년 대비(비수기 기준) 최저 100만원에서 최대 140만원까지 올렸다. 강남구에 있는 한 예식장의 홀 사용료(200명 기준)는 지난해 말 550만원에서 올해 겨울 기준 690만원으로 올랐다. 인근 또 다른 예식장(250명 기준)은 지난해 말 650만원에서 올해 겨울 기준 750만원으로 100만원 뛰었다.
예비신부인 한모(34)씨는 “한 살이라도 더 먹기 전에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는데 가성비가 좋은 곳은 자리가 없더라”며 “마음에 드는 예식장은 너무 비싸서 내년 초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지난 11일 결혼식을 올린 이모(28)씨는 “스드메의 경우 친구와 같은 업체에서 진행했는데 1년 반 사이에 100만원이 올랐다”고 푸념했다.
신혼여행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국제 항공료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19.5% 올랐다. 김씨는 “조금 더 (항공료가)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신혼여행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원래 유럽으로 가려 했는데 (가격이) 떨어지지 않으면 가까운 휴양지로 바꾸려 한다”고 말했다.
업체를 통하지 않고 직접 결혼식을 준비해 소수만 초대하는 셀프 스몰웨딩을 준비 중인 정모(27)씨는 “모아둔 돈도 없고, 손님도 많지 않아 가볍게 결혼식을 치르려 한다”며 “지금 계산으론 700만원 정도면 전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