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소셜미디어 틱톡에서 가장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가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된 뒤 자진 출국 형식으로 미국을 떠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민 정책을 한층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일이다.
 | 카비 라메가 지난 2021년 베니스 영화제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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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세네갈계 이탈리아인 카비 라메(25)는 지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해리 리드 공항에서 ICE에 체포됐다.
라메는 틱톡 팔로워 수가 1억6000만명에 달하는 인플루언서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기간 중 쉬운 일을 어렵게 하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여주고,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이 말 없이 몸짓으로 쉽게 해내는 영상을 틱톡에 찍어 올려 대박을 터뜨렸다. 해당 영상들은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며 ‘한심좌’라는 애칭도 얻었다.
세네갈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이탈리아로 이주해 이탈리아 시민권을 취득했으며 지난 2022년 패션 브랜드 휴고 보스와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1월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임명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멧 갈라에 참석했다.
라메는 지난 4월 30일 미국에 입국했지만, 비자 기간을 초과해 체류했다고 ICE 대변인은 밝혔다. 친(親)트럼프 성향 인플루언서 보 루든이 이 같은 내용을 정부 측에 신고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10대 청소년인 루든은 트럼프의 막내아들 배런 트럼프와 가까운 관계다.
라메는 ICE에 체포한 뒤 저항하지 않고 자진 출국 방식으로 미국을 떠났다. 그가 선택한 자진 출국은 미국 이민법상 추방 명령을 피할 수 있게 해 주며, 기록상 최장 10년간 미국 입국이 금지되는 불이익을 피할 수 있는 조치다.
AP통신은 “그의 체포와 자진 출국은 이민 단속을 강화하는 가운데 발생한 것으로 로스앤젤레스에서 ICE에 대한 수일간의 시위를 촉발한 단속 작전과 맞물려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행정 권한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