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격과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 유가는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지난 13일(현지시간) 하루에만 7% 이상 급등했던 유가는 16일 아시아 시장 개장 초반에도 한때 배럴당 4달러 이상 오른 뒤 일시적으로 하락세로 전환되기도 했다.
 |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테헤란 북서부 샤흐란의 유류저장소에서 15일(현지시간) 불길이 치솟고 있다. 전날 이스라엘과 이란은 상호 공격을 주고받았다. 이스라엘이 이례적인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으며, 이란 측은 해당 공격이 자국 핵시설을 타격했고 고위 지휘관들이 “순교”했으며 수십 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밝혔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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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8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오후 2시7분 기준 배럴당 74.87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64센트(0.86%) 상승했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73.74달러로 76센트(1.04%) 올랐다. 유가는 장 초반 배럴당 4달러 이상 급등했다가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이날 하루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주요 도시를 서로 타격하며 충돌 수위를 높이면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된 탓이다. 이란은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자국 핵 시설에 피해를 본 데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텔아비브와 하이파 항구 도시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해 민가를 파괴했다. 양측 군은 민간인들에게 추가 공격에 대비할 것을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첫 공격 당일 바로 공급을 감행하자 추가 공격에 나섰다.
이란도 재보복으로 공격하면서 전면전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원유 수송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전략적 해상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공급 차질 가능성을 키우며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타자와 토시타카 후지토미 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이스라엘의 에너지 시설 공격으로 인해 이란의 석유 생산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현재 하루 약 33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 중 200만 배럴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사실상 유일한 이란산 원유 구매국이라는 고려할 때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로 이란산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경우 중국 정유사들이 중동 다른 국가나 러시아산 원유로 대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리처드 조스윅 S&P 글로벌 코모디티 인사이트의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란산 원유 수출이 차단되면 아시아 지역의 정제 마진이 타격을 입고, 선박 운임과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양측에 협상을 촉구하면서도 이스라엘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15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기 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나는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휴전) 합의가 이뤄지길 바라지만, 때로는 국가들이 먼저 싸워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란은 중재국인 카타르와 오만을 통해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되는 한 휴전 협상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