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법이 평화로운 공존의 규범이 아니라 분쟁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치부돼 버리고 단순한 법기술의 수준으로 전락해 버릴 위기에 봉착해 있다.”
최봉경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 23일 우리나라 법학교육의 심각한 위기 상황을 이같이 진단하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 최봉경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사진=한국법학교수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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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이날 서울대 우천법학관에서 열린 ‘법치주의 위기와 학부법학교육의 과제’ 학술대회 개회사에서 “대한민국의 법학은 현재 큰 위기에 처해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 시행 이후 나타난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최 회장은 “낮은 변호사시험 합격률, 학원화되어 가는 대학, 다른 형태의 고시낭인 등 문제점들이 1980~1990년대와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며 “로스쿨은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문제점이 해결되기는커녕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법학 자체의 정체성 위기다. 최 회장은 “법이 평화로운 공존의 규범이 아니라 분쟁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치부돼 단순한 법기술의 수준으로 전락해버릴 위기에 봉착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학문적 다양성의 실종도 심각한 문제로 제기됐다. 그는 “타 학문영역은 융복합을 통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데, 법철학, 법사학, 법인류학, 법경제학, 법사회학, 법심리학 등은 교육현장에서 외면당한 지 오래”라며 기초 법학의 위축을 한탄했다.
최 회장은 이상적인 법학교육 환경에 대한 간절한 바람도 드러냈다. 그는 “법학자들이 폐강 걱정 없이 자유롭게 연구에 전념하고, 학생들은 마음껏 학문의 깊고 넓은 바다를 탐구할 수 있으며, 법조인은 정의의 구현자로 사회의 존경을 받는 그런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 정녕 어려운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법학교수회와 전국법과대학교수회가 공동 주최한 이날 학술대회는 학부 법학교육의 위기현황 및 발전방안, 법학전문대학원 체제와의 연계성, 법학교육인증제 등을 집중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