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 이겨낸 이동근, 자전적 연극 남기고 떠나…향년 31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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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 화상·31번 수술 딛고 연극 올려
자전적 이야기 다룬 '주먹 쥐고 치삼'
10편 넘는 연극·축제 기획자 꿈 이뤄
"상처로 등진 이들 눈치 안보는 세상 만들고파"
  • 등록 2017-04-21 오후 4:19:34

    수정 2017-04-21 오후 4:22:15

화상을 입은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연극 ‘주먹쥐고치삼’을 유작으로 남긴 공연기획자 이동근(사진=고인의 페이스북).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전신화상도 연극을 향한 그의 꿈을 꺾지 못했다. 화재사고로 31번의 수술을 거치면서도 연극 제작에 힘쓴 공연기획자 이동근 씨가 21일 숨진 채로 발견됐다. 사인은 조사 중이다. 향년 31세.

화상을 입은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연극 ‘주먹쥐고치삼’은 고인의 유작이 됐다.

고인은 화재사고 보상으로 받은 보험금으로 공연기획사 ‘아이디서포터즈’를 차렸다. 아이디라는 사명은 ‘불가능한 꿈’(impossible dream)이란 영어 단어의 앞글자에서 따왔다. ‘대한민국 희곡작가전’ 등 10편이 넘는 연극과 축제를 기획한 데 이어 자전적 연극 ‘주먹쥐고치삼’을 내놓았다. 원안을 쓰고 직접 제작, 지난 2월 1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세우아트센터 무대에 올랐다.

유작 ‘주먹 쥐고 치삼’은 그가 화상 환자로서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며 세상에 던지는 선언 같은 작품이다. 전신화상을 입은 주인공 문치삼이 사망보험금으로 자신의 삶을 다룬 뮤지컬을 제작하면서 겪는 이야기다.

실제로 고인은 중학교 때 교내 연극제를 통해 연극의 매력에 빠졌다. 고교 시절에는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주말마다 경남 남해에서 서울까지 와서 연극을 보며 꿈을 키웠다. 고교 졸업후 그는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의 병원비를 대기 위해 연극을 접고 생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면서도 1년에 200편 가까이 연극을 보고, 잡지와 평론집을 탐독하며 꿈을 키운 끝에 처음 기획한 연극 축제를 성공리에 마친 뒤 2015년 1월16일 불의의 화재사고로 전신 50% 3도 화상을 입었다.

피부가 녹아 내려 얼굴과 몸이 망가지고, 성대가 달라붙어 목에 꽂은 튜브를 막지 않으면 말도 할 수 없다. 8개월간 병원에 입원하는 동안 죽음의 문턱을 오가는 끝에 31번이 넘는 수술을 견뎌야 했다. 고인은 생전에 “상처 때문에 세상에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이 눈치 보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며 연극을 하는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장례식장은 서울 강북구 미아동 서울좋은병원(구 한미병원) 특2호실이며 발인은 23일이다. 02-984-5000.

연극 ‘주먹쥐고 치삼’의 출연진과 공연기획자 이동근(앞줄 중앙)씨(사진=아이디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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