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회에서 열린 ‘원화 스테이블코인 vs 달러 스테이블코인: 글로벌 통화전쟁 승리 전략’ 정책 토론회에서 이종섭 서울대 교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주최한 자리로, 곧 발의될 ‘디지털자산기본법’과 함께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필요성을 공론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내외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급팽창, 그리고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가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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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 등 법정통화에 가치를 연동한 디지털 자산으로, 글로벌 지급결제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가격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일반 가상자산과 달리, 스테이블코인은 가치 안정성을 확보해 실물경제에서의 결제·송금 등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각국 정부와 기업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2373억 달러(약 330조원)에 달하며, 대부분이 달러에 연동한 코인이다. 페이팔, 서클 등 미국 민간기업은 자국 국채를 담보로 한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글로벌 지급결제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메타플랫폼(옛 페이스북)도 크리에이터 보상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선거대책본부 디지털자산위원장을 맡은 민병덕 의원은 “디지털 자산 구조와 시장 현실에 대해 몰이해”라며 정면 반박했다. 그는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며, 후발주자라는 이유로 하지 말자는 건 과거 초고속 인터넷망 반대와 같다”고 비유했다. “이제는 글로벌 디지털 질서의 수동적 수용자가 아니라 능동적 설계자로 나서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디지털 자산, 거시경제 변수 작용 정책적 대응 중요”
이 교수는 “미국 사업자가 스테이블코인을 독점하는 구조 속에서 금융위기 발생 시 글로벌 뱅크런이 일어날 수 있다”며 “한국이 자체 사업자를 두지 않으면 위험이 전이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이 손을 놓고 있으면 결국 글로벌 위험 관리 주체를 해외에 넘기는 셈”이라며 “이 문제는 기술이나 금융을 넘어 국가 안보와 전략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본유출, 통화정책 약화 등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부작용에 대응하기 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자산은 이제 단순한 투자 수단이 아니라 거시경제 변수로 작용하는 만큼, 정책적 대응의 속도와 정밀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민섭 디지털소비자연구원 이사는 “스테이블코인은 법이나 계약으로 1 대 1 환급이 보장돼야 하며 준비 자산을 충분히 갖추는 것이 법률적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은 발행인을 은행·신탁업자 등으로 한정하고, EU는 전자화폐 규제를 적용한다”며 “한국도 IT기업, 디지털자산사업자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확장성이 생긴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