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표 대신 구해드립니다”…암표 처벌에도 계속되는 꼼수

지난 3월부터 매크로 이용 암표 처벌
‘댈티 10만원’…“업체 없이 표 못 구해”
법망 피해 매크로·‘직링’ 판매하기도
문체부, ‘모든 암표 금지’ 법 개정 추진
  • 등록 2024-10-07 오후 5:07:55

    수정 2024-10-07 오후 7:23:56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올해 한국시리즈를 꼭 가고 싶은데 업체를 이용하지 않으면 힘들다고 해서 고민이에요.”

기아 타이거즈의 오랜 팬이라고 밝힌 박모(30)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이달 21일부터 시작되는 한국시리즈에 직관을 가고 싶지만 ‘표를 구하려면 대리 티케팅(대신 발권) 업체를 이용하지 않으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어서다. 박씨는 “일반 표 가격보다 웃돈을 주고 사지 않으면 직관을 가기 힘들다는 게 불합리한 것 같다”고 울상을 지었다.

지난 6일 오후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 kt wiz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관중들이 응원을 하고있다. (사진=연합뉴스)
‘댈티 10만원’…법 개정에도 계속되는 암표

지난 3월부터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한 암표를 처벌할 수 있도록 공연법이 개정됐지만 여전히 편법을 통한 사실상 ‘암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프로야구와 같은 인기 있는 스포츠나 유명 가수 콘서트의 경우 ‘대리 티케팅(댈티)’이라는 이름으로 수십만원의 웃돈에 거래되고 있다. 이에 암표 행위와 입장권을 우회 구매하는 것 모두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프로스포츠 온라인암표신고센터에 접수된 암표 거래 건수는 올해 1~8월 5만1405건으로 지난해(5만1915건)와 비슷한 수준이다. 종목별 비중을 살펴보면 프로야구가 96.6%로 압도적이었다. 아직 가을야구가 진행되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온라인상에서 이같은 암표 거래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거래가 진행되는데 한 대리티케팅 전문업체에서는 최근 진행된 와일드카드전의 경우 최대 5만원의 웃돈을 받고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대리티케팅으로 표를 구했던 이모(38)씨는 “작년에 10만원 수고비를 주고 표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각종 공연에서도 대리티케팅이 빈번하게 이용되고 있다. 특히 인기 많은 아이돌이나 유명 가수의 공연의 경우 표값의 4~5배가 넘는 수고비를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2일부터 진행되는 세븐틴의 콘서트는 VIP석 기준 대리티케팅 수고비만 50만원에 달했다. 팬들은 천정부지로 솟은 가격이 부담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NCT 팬이라고 밝힌 A(18)양은 “아이돌 팬들은 알겠지만 업체를 통하지 않으면 절대 표를 구하지 못한다고 보면 된다”며 “그냥 표가 이 정도로 비싸다는 생각을 하고 구매를 한다”고 울상을 지었다.

온라인상에 올라온 대리티케팅(댈티) 및 직링(직접 링크) 후기. (사진=사회관계망서비스 갈무리)
까다로운 매크로 사용 입증…‘직링’ 판매 편법도

지난 3월부터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공연 입장권 부정 판매를 처벌하는 공연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경찰은 개정된 공연법을 통해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구매한 표를 판매한 암표판매 사범 7명을 순차적으로 특정해 검거했다. 이들 대부분은 ‘대리티케팅’으로 웃돈을 팔고 표를 거래하던 이들이었다.

문제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한 거래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매크로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표를 구매해도 처벌할 수 없다. 여전히 SNS 등에는 ‘티케팅 성공률 100%’ 등을 내세워 홍보하는 경우가 다수 있지만 이를 당장 제지하긴 힘든 상황이다. 지난 3월부터 7개월 가까이 이어진 암표판매 수사에도 검거가 7명에 그친 것 역시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편법을 이용해 자동으로 예매할 수 있는 매크로 프로그램이나 대기열을 새치기할 수 있는 ‘직링’을 파는 경우도 있었다. 직링은 ‘직접 링크’의 줄임말로 예매 버튼을 누르지 않고 바로 예매창으로 들어가 남들보다 새치기해 예매를 진행할 수 있다. 공평한 예매 경쟁이 아닌 훨씬 더 유리한 상황에서 예매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매크로와 직링을 판매하는 한 판매상은 “대리티케팅보다 직링이 훨씬 저렴해 문의가 많은 편”이라며 “불법이 아니라 명백한 합법”이라고 주장했다.

공연법 개정 이후에도 이같은 편법이 이어지자 문체부는 지난달 공연 및 스포츠 분야 암표 근절을 위해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매크로 프로그램 이용 여부와 관련 없이 암표 판매 행위를 금지하고 입장권을 우회 구매하는 부정구매를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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