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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6일 오후 4시 54분쯤 서울 성수동2가 소재 주거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2022년 5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인근에서 음주운전을 해 유죄 판결을 받은 뒤 대중의 많은 비판을 받았다. 시간이 흐르자 비판은 비난으로 바뀌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김씨가 생활고에 시달리며 알바를 하는 행보, 재개를 위한 연극 출연에도 비난의 댓글을 남겼다. 결국 김씨는 연극 ‘동치미’에서 하차해야만 했고 넷플릭스 ‘사냥개들’에서도 많은 분량이 편집됐다.
연예계 ‘악플 잔혹사’는 이전부터 계속됐다. 국민 배우라고 불렸던 최진실은 지난 2008년 “세상 사람들에게 섭섭하다. (사채 루머는) 나와 상관 없는데 왜 나한테 이러는가”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숨졌다. 악플에 고통을 호소하던 가수 설리와 가수 구하라, 배우 이선균, 가수 유니 등이 악플로 고통을 호소하다 우리 곁을 떠나기도 했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른다. 나종호 미국 예일대 정신의학과 조교수는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잘못을 했다고 해서 재기의 기회도 없이 사람을 사회에서 매장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는 아니”라며 “실수하거나 낙오된 사람을 버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흡사 거대한 오징어 게임”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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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악플을 멈추기 위해 그간 국회는 각종 법안을 발의했으나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모두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는 설리 사망 이후 ‘설리법’이라고 불리는 악플 방지 법안이 우후죽순 쏟아졌다. 설리법은 △인터넷 준실명제(본인 확인 거친 아이디·IP주소 공개) △혐오표현 삭제 △온라인 모욕죄 신설 등을 골자로 한다. 법안은 설리 사망 사건 이후 물살을 타는 듯 했으나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20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도 이같은 법안들이 나왔으나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가짜 영상에 법적 대응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신상정보가 필요한데 유튜브가 이를 제공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 때문에 유튜버의 신상을 알기 위해선 미국 법원에 정보 공개를 청구해야 한다. 미국 법원은 최근 유튜버 ‘과즙세연’이 뻑가에 대한 신상 공개 청구를 일부 승인하기도 했다. 다만 금전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거나 여유가 없는 무명 연예인이나 일반인들이 이 과정을 밟기는 금전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 맞는 국내법 개정과 함께 플랫폼에 강력히 책임을 묻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현재 서강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국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 사이버상 명예훼손 등에 대해 추상적으로 표현된 현행법을 구체적으로 개정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가짜뉴스 등으로) 돈을 벌고 있는 플랫폼에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