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 전통을 보유한 미국 경제·사회 정책 연구소 어반 인스티튜트의 그레고리 액스 조세·소득지원 부소장은 1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6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이데일리-정책평가연구원(PERI) 스페셜 심포지엄’에서 “이제 부모보다 더 버는 자녀들은 절반 수준에 그친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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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 배경이나 계급·인종·성별과 상관없이 누구나 노력과 능력에 따라 더 나은 삶을 성취하는 것의 상징이었던 ‘아메리칸 드림’은 이제 옛말이 됐다. 액스 부소장은 “1940년대에 태어난 미국인의 90%가 부모보다 더 많은 소득을 올렸지만, 1980년대생 중 그러한 비율은 50% 수준에 불과하다”며 “사회적 계층 상승의 통로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어반 인스티튜트는 사회적 계층 상승을 △경제적 성공 △자율성과 권력 △존엄성과 소속감이라는 3가지 개념으로 정의했다. 사회적 계층 상승을 위해선 단순한 소득 증가를 넘어서 삶의 통제권과 존엄성, 지역 사회와의 연결성 회복을 포함해 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입과 자산이 증가할 뿐 아니라 개인이 삶을 통제하고 선택할 수 있는 능력, 지역 사회에서 인정받고 소속감을 느끼는 조건이 모두 충족 돼야 한다”고 말했다.
어반 인스티튜트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수익 있는 일자리 △고등 교육 △기회가 풍부하고 포용적인 이웃 △건강한 환경과 양질의 의료 접근 △민감하고 정의로운 정부 등 5가지 핵심 필요사항도 제시했다.
특히 액스 부소장은 사회적 계층 상승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우리가 사는 곳, 주택 보유 여부를 꼽았다. 액스 부소장은 “주택이 너무 비싸 주거지를 선택할 수 없다면 사회적 자율성이 낮아져 계층 이동에 영향을 끼친다”며 “주택 소유의 장벽은 단순한 경제적 불이익을 넘어 삶에 대한 주체성과 소속감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짚었다.
액스 부소장은 “지역별 차이를 반영하지 않는 일률적인 정책으로는 구조적 불평등을 해결할 수 없다”며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지역사회와의 깊은 협업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지방정부, 비영리단체, 민간 부문, 연구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협업을 통해 지속적인 개선과 시스템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아울러 사회적 계층 이동이 어려워진 것은 한국과 미국의 상황이 비슷하다며, 지방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액스 부소장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 유럽 등 선진국 모두가 지역 격차와 사회 이동성 저하라는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다”며 “지방정부가 시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책의 최전선에 있는 만큼 데이터 분석과 주민 참여를 바탕으로 한 맞춤 전략을 통해 사회적 계층 상승의 가능성을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