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회사채 강세 분위기 속 수요예측 과정에서 종목별 양극화도 심화하는 분위기다. AA급 우량채의 경우 조(兆) 단위 자금을 모으며 민간채권평가사(민평) 평가금리 대비 낮은 수준(언더) 발행을 이어가는 한편, 석유화학과 건설업종에서는 전액 미매각이라는 굴욕을 겪었다.
이어 내년에도 업종별 양극화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며 정책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다, 비교적 높은 금리의 A급 회사채 중심으로 투자심리 양극화가 심화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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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효성화학은 올해에만 세 번 공모채를 찍었으나, 모두 미매각이 났다. 4월 1.5년물 500억원, 7월 1.5년물 500억원, 12월 1년물 300억원 등의 순이다. 비교적 높은 금리 수준을 공모 희망 금리로 내세웠으나, 모두 밴드 최상단인 7%대에서 자금조달을 마쳤다. 채권시장 수급이 우호적인 상황이었음에도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기관투자자의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3년 만에 찾은 공모 시장에서 2조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모으며 역대급 수요를 보여줬다. 지난 9월 수요예측 당시 2·3년물로 총 4000억원 모집에 2조940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지난해 가장 흥행했던 SK하이닉스(000660)의 모집액(2조5850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실제로 회사채 시장 큰손으로 꼽히는 연기금 자금도 대거 들어왔다는 후문이다.
이 외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1조4200억원), LG유플러스(032640)(1조7100억원), 한화솔루션(009830)(1조3350억원) 등 총 81건의 공모 회사채(자본성증권 포함)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 과정에서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왔다. 분기별로는 △1분기 42건 △2분기 14건 △3분기 17건 △4분기 8건 등으로 연초효과가 강했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북 클로징(회계장부 마감)으로 인한 회사채 시장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SK텔레콤(017670), KT(030200) 등이 수요예측 과정에서 1조원이 넘는 주문을 받으며 흥행했다.
조선업종은 셰일가스 등 화석연료 생산 확대와 수출 증가로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산은 지정학적 갈등 확대, 조선은 화석연료 투자 확대 등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폐지 우려로 인해 이차전지,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주요 수출 품목 관련 기업들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 전후로 고금리 크레딧 수요는 유효했지만 기업별 온도 차가 컸고 일부 미매각도 있었다”며 “트럼프 당선에 따른 정책 변화와 국내 산업별 영향과 기준금리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