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인 인도 출신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78)는 11일(현지시간) 3년 전 자신을 공격한 하디 마타르(27)에 대해 “그의 눈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눈빛은 어두웠고 분노에 가득 차 있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루슈디는 미국 뉴욕주 셔터쿼 카운티 법원에서 열린 마타르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 인도계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 (사진=문학동네ⓒRachel Eliza Griffith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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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슈디는 피습 당시 처음에는 한 남자가 뺨과 턱, 목, 오른쪽 눈을 쳤고 누군가 자신을 때리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옷에 쏟아진 엄청난 양의 피를 보고 자신이 흉기에 찔렸음을 알게 됐다고 했다.
NYT에 따르면 그는 차분한 말투로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증언을 이어갔다. 루슈디는 “분명히 내가 죽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때 몇 사람들이 가해자를 덮치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자신이 살아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고 NYT는 전했다.
앞서 루슈디는 2022년 8월 12일 뉴욕주 셔터쿼에서 강연을 준비하던 중 무대로 돌진한 가해자의 흉기에 온몸을 찔리고 결국 오른쪽 눈을 실명했다. 1988년 발표한 소설 ‘악마의 시’에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불경하게 묘사했다는 이유로 수십년간 살해 위협에 시달려왔다.
루슈디는 지난해 4월 당시 피습 사건을 담은 회고록 ‘나이프’를 펴낸 바 있다. 그는 책에 “폭력에 예술로 답하겠다”고 썼다. 국내 출간 당시 한국 기자들과의 서면 인터뷰에서는 “‘나이프’를 씀으로써 나는 이 서사에 대한 소유권을 다시 얻었다고 느낀다”며 “언어가 나의 칼이다. 그러니까 글쓰기는 지금도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에 참여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했다.
한편 루슈디를 공격한 마타르는 레바논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시아파 무슬림이다. 공판 대부분 시간 동안 마타르는 루슈디의 시선을 피해 눈을 아래로 떨궜고, 가끔 고개를 들어 검사나 배심원 쪽만 바라봤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재판은 앞으로 2주 가량 더 진행될 예정이다.